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Jan 01. 2024

지극히 미적인 시장 AS_2

겨울 남해의 맛

갈치가 실하다

12월에 남해에 간다면 무엇을 먹을까? 남해를 한 바퀴 돌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멸치쌈밥이다. 봄이오면 먼바다로 나간 큰 멸치가 내륙으로 붙는다. 그때 잡은 멸치를 매콤하게 조려 쌈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남해 식당에서 흔히 볼 수있는 메뉴다. 멸치의 계절은 봄이다. 겨울은 봄에 잡은 멸치를 냉동했다가 조리한다. 그렇다면 12월은? 갈치다. 


갈치하면 제주나 목포를 생각한다. 은갈치, 먹갈치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서 비늘이 살아 있는 거,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 비늘이 벗겨져 있는 갈치라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 하지만, 낚시로 잡든 그물로 잡든 같은 곳에서 잡는 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 갈치 어군이 주로 제주와 육지 사이의 바다에 형성이 된다. 조금 동쪽 혹은 조금 서쪽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제주에서 출발한 배, 목포에서, 남해에서 출발한 배는 출발지는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 남해 배가 목포에 경매를 올리면 목포 먹갈치가 된다. 남해에 미조항에서 경매를 올리면 국내산 갈치가 된다. 맛의 차이는 없으나 가격 차이는 남해 시장이 훨씬 저렴하다. 관광객이 많은 제주와 목포는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은 남해보다 비싸다.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는 온전한 비늘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 맛? 갈치를 잡아 본 이들은 안다. 미끼를 물고 올라온 갈치는 바로 죽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물로 잡는 것과 몇 시간의 차이가 있고 비늘이 살아 있다는 거 빼고는 맛의 차이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주낙으로 잡은 갈치를 당일 위판 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 있다가 위판에 올리는 것은 그물로 잡은 것과 같다. 은갈치가 비늘이 그대로 있어 보기는 좋지만 가격 차이만큼 맛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흔히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식품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한다. 보기 좋은 떡에는 화려함을 위한 첨가물이 더 많이 들어간다. 식품을 외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갈치는 맛있는 생선이다. 그렇다고 일년 내내 맛이 좋지는 않다. 여름은 맛이 빠져 심심하다. 제주를 가더라도 봄과 여름, 가을에는 갈치를 잘 먹지 않는다. 어디를 가더라도 맛이 심심하다. 겨울은 다르다. 어디를 가도 맛있다. 제철 갈치로 요리하기에 진짜 못하는 집 빼고는 다 맛있다.

사진이 다 날아갔다. 동영상에서 추출한 것이라 화면이 구리다.

12월, 남해를 가면서 딱 하나 정하고 간 것이 갈치 조림이다. 바닷장어도 좋겠지만 혼자이기에 갈치조림 작은 거 주문해서 먹을 작정이었다. 시장 구경을 얼추 끝내고 들어간 남해시장 안 짱구식당. 몇 년 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식당이다. 몇 년 사이 좌식이었던 실내가 전부 식탁으로 바뀌었다. 회부터 조림까지 팔던 메뉴는 간단하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세트 메뉴만 있었다. 아차 싶었다. 이런 세트 메뉴는 1인 분만 파는 식당이 거의 없다. 대부분 2인 분 이상. 혼자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니 1인 분만 팔 때는 2만 원(2 인분 3만 5천 원)이라고 하면서 앉으라고 한다. 


반찬이 차려진다. 몇 가지 해산물과 김치다. 달곰한 남해 겨울 시금치 무침도 빠지지 않았다. 세트 구성은 서대회(회는 날마다 바뀜)와 갈치 조림이 나왔다. 조림의 갈치를 보니 허접하지 않다. 세트 구성이기에 3지(손가락 세 개 모은 크기) 정도 예상했으나 하나 더 큰 녀석이 나왔다. 세트는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다양하게 내려다보니 음식 하나하나의 공력은 빠지는 수가 많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 때 세트 주문을 잘 안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단품으로 주문한다. 3지도 감지덕지 하겠다는 생각이었나 여기선 반전, 무려 4지가 나왔다. 실한 갈치 토막을 보자 세트 구성의 하나인 서대회를 맛봤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슨 회인지 물으니 서대 무침이라고 한다. 식초는 막걸리 식초를 사용했다고 한다. 막걸리 식초는 무침의 맛을 살린다. 신맛이 여리지만 여운은 길다. 톡 쏘는 공장형 식초와는 맛의 결이 다르다. 강하진 않지만 끄는 힘이 있어 식초계의 에르메스 같은 존재다. 무침 맛을 보니 조림 맛이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먹을 수는 없다. 조림의 양념이 어느 정도 자작해져야 맛있다. 차림을 받고 초반은 무침과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먹다보니 밥이 없다. 식당에서 공깃밥 추가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나오는 반찬이 달고 느글거림이 많아 다 먹지 않는다. 아! 여기는 공깃밥이 아니다. 반찬을 운반대에 다 차지면 그때 밥을 퍼준다. 별 거 아니지만 제대로 된 음식과 어울리는 밥을 내준다. 아마 공깃밥이었다면 많이 아쉬움 가득이었을 것이다. 밥을 추가했다. 그래야 맛이 딱 든 조림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조림 또한 맛있었다. 겨울 갈치답게 살에는 고소함과 달곰함이 가득했다. 양념의 단맛이 아니다. 살이 달고 달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겨울 갈치는 맛있다. 밥까지 추가해서 잘 먹고 나왔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시장 안 짱구식당에서 갈치조림.. 강추다. 짱구식당 055-864-6504

창선면에서 남면 가는 길에 만나는 남해의 겨울 풍경. 시금치, 마늘, 양파가 자라고 있다. 

짬뽕은 매력 넘치는 음식이다. 채소에 고기나 해산물을 볶다가 육수를 붓고는 매운 맛만 더하면 된다. 조리 과정은 간단하지만 불의 조절이나 볶기 조절에 따라 맛집과 그렇지 않은 집으로 갈린다. 그럼에도 맛을 떠나 항상 중식당에서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고민케 하는 갈등 유발자다. 짜장이나 짬뽕은 맛있기도 어렵고 맛없기도 힘든 음식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짬뽕에 별 짓(?)을 다하기도 한다. 문어를 올리거나 아님 홍합 등의 수산물을, 또는 차돌이나 돼지고기 볶은 것을 더하기도 한다. 어느 블로거의 말 한 마디에 전국 5대 짬뽕 운운하며 불맛이 짬뽕 맛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불맛은 다른 말로 하면 탄맛이다. 검색하면 불맛 내주는 식품첨가물이 무지하게 나온다. 어느 중식당에서 짬뽕에서 불맛이 난다면 초초초초 강한 불로 하는 웍질? 아니다 첨가물 맛이다. 적당한 채소 볶음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짬뽕의 매력이다. 거기에 오징어나 바지락, 굴이 적당히 들어가며 안성맞춤이다. 채소를 볶을 때 라드나 돼지 볶은 기름으로 하면 맛이 한층 깊다. 그런 곳은 거의 없다. 다들 MSG와 치킨 스톡(이 또한 과량의 MSG 함유), 설탕으로 맛을 낸다. 거기에 위고동이나 훔볼트 오징어 편이나 올린다. 서운하면 냉동 홍합 몇 개가 전부다.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바랜 간판 덕에 좀 헤맸다.

남해의 남면으로 가보자. 읍내에서 20분 정도면 된다. 다랭이 마을 오가는 길목에 있다. 작은 면 소재지에 차을 대고는 주변을 돌아오면 빛바랜 간판이 보인다. 글자는 확인 불가다. 출입문에 적힌 상호로 여기가 거기 임을 알 수 있다. 짜장과 짬뽕 사이의 갈등은 없다. 목적은 여기 짬뽕을 맛보는 것!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몇 번의 웍질이 끝나자 짬뽕이 나왔다. 화려함은 없다. 아삭한 채소와 냉동 살오징어가 전부다. 면과 채소를 먹었다. 둘의 궁합이 꽤 괜찮다. 국물을 조금 떠서 먹었다. 궁합은 더 단단해진다. 

나는 짬뽕이다

면과 채소를 먹다보니 어느새 국물만 남았다. 어떤 이는 라면, 설렁탕, 짬뽕, 냉면 등 모든 국물을 마신는 이들이 있다. 나는 건더기만 먹는다. 수많은 열량이 국물에 남아 있기에도 그렇고 뜨겁거나 차가울 때는 그나마 국물을 먹는다. 미지근해지면 국물을 먹지 않는다. 처음과 달리 단맛이나 짠맛이 훅 치고 들어오기에 먹지 않는다.. 우리 혀는 적당한 온도를 좋아한다.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은 민감도가 떨어진다. 모든 음식은 낼 때(차갑거나 뜨겁거나) 간을 본다. 민감도가 떨어졌을 때 내기에 식으면 간이 세질 수밖에 없다. 짬뽕 한 그릇 7천 원. 요즈음 물가와 달리 가격도 좋다. 여럿이 간다면 탕수육도 맛나다고 하니 주문해도 좋을 듯. 주변에 남해에서 건어물이나 차 포장을 잘하는 곳과 유자로 빵을 굽는 곳도 있으니 이래저래 들리기 좋다. 

유자 빵은 많이 사는 것보다는 딱 맛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먹어 보니 굳이 많이 살 이유를 찾지 못했다. 보기와 달리 빵이 조금 단단하다. 게다가 같이 파는 소스 가격도 ‘헉’ 소리 난다. 맛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딱히’라는 생각만 든다. 해성반점 055-862-5881


두 군데의 소머리국밥도 먹었지만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


#남해 #겨울남해 #남해관광 #남해의맛 


매거진의 이전글 지극히 미적인 시장 A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