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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y 13. 2024

원주 새벽시장 그리고 예천시장

예천 시장 2, 7장

집에서 카메라 가방 메고 나오는 순간, 차에 타서 시동을 거는 순간까지 출발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5월이 되면 시장 보는 재미가 조금씩 사라짐을 알기 때문이다. 봄의 맛을 책임지던 봄나물은 순이 커지면서 억새 지거나 시즌이 끝난다. 그나마 강원도 장은 여전히 나물이 있지만 이곳저곳 다니면서 맛본 탓에 쉽사리 다가서지 못한다. 갯내음 가득한 바다 또한 맛있는 것보다는 맛이 떨어지는 시기가 이때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미식의 관점에서는 계절의 무수리가 되는 계절이 5월이다. 

여전히 활기찬 시장, 원주 시장

오랜만에 찾은 원주 새벽시장, 원주 민속시장 옆 둔치에 매일 장이 선다. 추운 시기인 12월 11일~4월 중순까지는 장이 서지 않는다. 태풍이나 장마 때 둔치에 물이 차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일 장이 열린다. 원주 새벽시장의 장점은 선도가 좋고 가격 저렴하다는 것. 새벽시장은 아무나 팔지 못한다. 사전에 등록한 원주의 농민만 가능하다. 가격 저렴하고 물이 좋기에 원주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민속시장 또한 오일장이 서지만 새벽시장의 품질과 가격은 쫓아오지 못한다. 작년보다는 사람이나 품목이 적었다. 

미나리는 밑동색이 보라색을 선택하면 향 진한 미나리를 살 수 있다.

아마도 농산물의 작기가 모호한 시기인지라 그러는 듯싶다. 필자도 오다가다 시간이 되면 꼭 들리는 시장이다. 강원도 놀러 갈 때 일찍 출발해서 시장 들러서 장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채소가 다른 곳과 달리 선도가 좋다. 강원도 여행에서 바베큐를 한다면 채소는 여기서 사 보자. 필자도 한 바퀴 돌고 나갈 때 원목 재배 표고버섯과 토경 재배한 상추를 샀다. 상추가 맛있을 때다. 상추가 맛있는 시기라도 어떻게 재배했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양액 재배한 것은 사시사철 맹한 맛이 난다. 토경은 지금이 맛으로 빛나는 시기다. 

원목재배 버섯은 8천 원, 옆에 보니 상추가 2천 원이었다.

새벽시장은 여름이 깊어질수록 일찍 열리고 일찍 닫는다. 오전 9시 넘으면 파장이다.

 새벽시장에서 장을 보고는 신림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탔다. 2, 7장인 예천 오일장을 가기 위함이다. 새벽시장에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등록하니 약 110km 정도 나온다. 아침 일찍인지라 차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예천 읍내에 도착하니 오전 8시가 조금 넘었다. 시장은 한창 장이 서고 있었다. 예천 읍내에는 두 개의 시장이 마주 보고 있다. 상설시장과 조금 더 작은 중앙시장이 길 하나 두고 있다. 오일장은 상설시장 통로와 공터에서 열린다. 전문 상인들은 공터에서 자리를 펴고 있었고 봇짐 들고나온 할매들은 시장통에 자리를 잡았다. 예천장은 다른 경북의 군 단위 내륙 오일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사그라지는 시장의 특성, 파는 이나 사는 이의 나이가 많고 숫자 또한 적다. 시장 구경을 나섰다. 

예천의 일요일은 쉬는 곳이 많았다

보통의 시장 식당이라면 쉬는 날이라도 장날이라면 문을 열었다. 예천시장 국밥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잠시 입구에서 갸우뚱 정도로 궁금해하고는 잊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른 식당 세 곳을 가서야 비로소 문을 열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안동과 예천 사이에 경북도청이 생긴 이후의 현상인 듯싶다. 주중과 주말의 유동 인구의 차이가 나니 오일장으로 모이는 정도는 그냥 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덕분에 먹고자 생각했던, 만두나 냉면, 석쇠불고기는 다음을 기약했다. 예천 읍내는 일요일에 오면 식당 쉬는 곳이 많은 듯싶다. 상인과 할매의 경계는 햇양파가 잔뜩이었다. 

햇양파는 저장성이 없기에 조금씩 사야 한다. 껍질 색이 진한 저장 양파 사듯이 했다가는 안 된다. 할매들이 가지고 나온 것 중에서 마늘 대가 있었다. 마늘 꽃대는 마늘쫑이라 먹는다. 마늘 대는 뿌리는 위의 푸른색 줄기다. 이쪽 동네에서는 쪄서는 콩가루에 무쳐 먹는다고 한다. 콩가루나 들깻가루를 좋아했다면 사서 만들겠지만 딱히 좋아하지 않아 예천시장에서는 할매가 가져 나온 떡만 샀다. 

떡을 먹어보니 예전 예산시장에서 먹었던 떡이 생각났다. 콩고물 묻힌 쑥 절편 5개에 2천 원, 예산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절편이 아니라 시루떡을 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생각했던 메뉴 중에서 하나는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용궁면에는 순댓국과 오징어 숯불구이를 내는 식당이 많다. 방송에서 자주 나와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그 덕에 생각했던 냉우동은 맛을 봤다. 용궁면에 오래된 순댓국집인 단골식당 앞 교동식당. 예천군은 자주 오던 곳은 아니다. 예천 밑 의성은 사과 때문에 자주 갔지만 말이다. 

1년에 서너 차례 예천을 지나도 회룡포나 삼강주막은 딱 한 번, 예천에서 밥은 순댓국에 오징어 불고기, 의성과 예천의 경계에 있는 풍양에서 소고깃국이 전부였다. 이번에 맛본 냉우동은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다. 시원함은 중국냉면과 같으나 국물맛과 꾸미와 조합은 다른 맛이었다. 만일 용궁면에서 밥을 먹는다면 순댓국에 오징어 불고기보다는 냉우동을 먹을 듯싶다. 용궁면의 순댓국집은 십여 년 전에 세 번째 가보고는 간 적이 없다. 


#지극히미적인시장 #제철맞은장날입니다

#예천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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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ublish/book/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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