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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03. 2024

비빔밥이다.



밥, 나물, 장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것이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맛있다. 밥에 장과 나물이나 김치 넣고 비비면 한 끼로 손색이 없다. 참기름이나 달걀 프라이까지 더하거나 육회라도 넣으면 끝장이다. 장을 넣는다고 했다. 

1976년 경향신문 기사

왜 장일까? 보통 고추장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60년 전 전주비빔밥 기사를 찾아보면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비볐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고추장이 더해지다가 지금처럼 고추장이 비빔밥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도 안동의 헛제삿밥은 여전히 간장이 주인공이다. 7월에 허영만 선생님과 몇 군데 취재를 다니면서 나눈 이야기도 비빔밥에 간장을 넣고 비비면 더 맛나다는 이야기였다. 60년 전 기사를 살펴보면 그때도 전주비빔밥은 유명했었다. 전주를 찾는 이들은 한 끼 정도 비빔밥을 찾아 먹을 정도라 했다. 콩나물국(밥) 또한 맑은 전주천으로 키우는 것이 맛이 좋아 유명했다고 한다. 60년 전 비빔밥은 맛있는 콩나물에, 고깃국물로 밥을 짓고, 간장 넣고 비벼서 나왔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진 옴팡집 이후 성미당과 한국집, 중앙회관(현 하숙영) 등을 신문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장은 그냥 간장이 아닌 묵힌 겹장이나 표고와 소고기를 장조림 한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비벼하지만 비비기 힘든 밥을 주는 곳이 많다.

비벼서 나왔으면 적어도 지금처럼 공깃밥이 나오는 비빔밥보다는 몇 배는 맛이 있을 듯싶다. 전주에서 먹는 비빔밥은 그릇이 따듯하다. 왜 그릇을 따듯하게 데웠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보온밥솥이 없던 시절 밥을 해서는 겨울철이면 아랫목에 밥을 두곤 했었다. 늦게 들어오는 이를 위한 배려였다. 

녹그릇이 따듯했던 이유는 토렴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식당은? 추론을 해보자. 밥은 막 했을 때가 맛있다. 식으면 식을수록 맛이 떨어진다. 식당 열기 전 밥을 해서 두었다가 손님에게 나갈 때 데운 그릇에 담고 나가지 않았을까 한다. 국밥의 토렴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고 추측이다. 그릇을 데워서 내면서 지금은 공깃밥으로 대신하는 어이없는 곳이 꽤 있다. 공기 안에서 눌러진 밥은 비벼지지 않을 정도로 뭉쳐져 있다. 

잘 비벼지지 않은 밥. 전주 모처다.

이런 것은 고쳐야 한다. 전주비빔밥을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반찬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반찬을 많이 차리려면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전주라는 지역적 특성, 반찬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에 수많은 찬이 나온다. 육회의 양이 적어진다. 주(육회)객(반찬)이 전도된다. 전주비빔밥을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공깃밥, 일부 업체만의 제공이어도 전주의 대표 관광지의 대표 식당이라는 문제가 있다. 과다한 반찬 수로 인해 적은 양의 육회가 올려지는 육회비빔밥은 이제는 과거의 맛있는 명성은 사라지고 형태만 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스갯소리로 전주사람들은 안 먹는 전주비빔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비싼 가격에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육회 비빔밥은 맛있다. 반찬에서 힘을 빼면 전도된 주객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지역을 다니면서 먹었던 비빔밥 중에서 육회가 이름만큼 많이 들었던 곳 몇 군데를 소개한다. 가격 또한 전주보다 저렴했다. 


익산 

시장비빔밥/진미식당

꾸미 밑에 비빈 밥이 있다. 시장 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여기는 비벼서 나온다. 맨 처음 갔을 때 왜 비벼 나와서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밥을 뜨거운 국물에 토렴해서 비빈 밥이 나온다. 자주는 아니지만 빠르게 한 그릇 먹고 나오기 좋다. 


완주군 고산면

고산미소/ 고산촌

전주역에서 차로 십 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예전부터 전주사람들이 고기 먹으러 자주 왔다고 한다. 지금은 한우영농조합과 개인 식당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관계로 고기나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하루 100그릇 한정 갈비탕도 유명하다. 여기는 육회 가득 비빔밥이 인기다. 먹어봐야 참으로 육회 양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반찬 생각이 안 난다. 밥 속에 다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담양 고서식당

백반만 주문해도 열댓 가지 반찬이 나오는 전라도에서 서너 개 반찬과 육회 가득 비빔밥을 내는 곳이다. 메뉴도 비빔밥과 육전 두 가지로 단출하다. 나오는 육회 양이 도시에서 서너 개 비빔밥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영업은 점심 장사만 한다. 


함평 남매식당

군청 앞 식당은 실패가 없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함평 또한 육회 비빔밥으로 유명한 곳. 시장 근처의 여러 곳이 몰려 있으나 내가 가는 곳은 군청 앞이다. 시장 근처가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라면 여긴 다르다. 차림새가 정갈하고 특히 선짓국이 예술이다. 


나비의꿈

낙지육회비빔밥도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둘의 궁합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육회비빔밥은 좋다. 여기뿐만 아니라 비빔밥의 단점인 김가루가 좀 많은 편이다. 좀 덜어내고 먹으면 괜찮다. 


가격이 남매식당이 80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전주비빔밥의 반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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