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묵호, 주문지 시장
대목장을 검색하면 건축에서 목공 일을 하는 장인을 검색해 준다. 조금 더 검색 조건을 더해 ‘대목 오일장’을 검색하면 추석, 설날 등의 명절을 앞둔 큰 장이라는 이야기가 그제야 나온다. 그렇다 명절은 앞둔 6일 이내에 서는 장이 대목장이다. 이번 추석이 17일이니 5일 전 12(2, 7장)일부터 13(3, 8장), 14(4, 9장), 15(0, 5장), 16(1, 6장)일 열리는 장이 대목장이다. 전국의 오일장 중에서 손에 꼽는 장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로 꼽는 곳이 동해 북평장이다. 옛이야기를 찾아보면 옛날에도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장이 동해 북평장이었다고 하니 그 명성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여전히 큰 장이 선다.
북평장은 지금까지 서너 번 갔다. 다른 장은 가야 한두 번 정도.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도 아님에도 장터에는 느끼는 흥이 다른 오일장과는 다름이 있었다. 모름지기 장터라는 게 흥정이 오가면서 시끌벅적한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재미가 있어 시간이 맞으면 갔다.
동해항에서 삼척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북평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지원센터가 있고 주차장이 있다. 장날이 차 댈 곳이 부족해지는 것이 북평장, 곳곳에 공영주차장이 있거니와 장이 열리는 주도로에는 장사하는 사람들 외에는 주차가 거의 불가능해 삼척 방향으로 가면 길에 노상 주차장을 이용해도 된다.
북평장은 북평 삼거리에서 시작해 다음 사거리까지의 도로 좌우 400여 m에서 열린다. 삼척 방향으로 왼쪽은 채소와 과일이 주 품목이고, 오른쪽은 시작은 주전부리를 비롯해 찬거리 등이 있다. 그 아래는 북평장의 주 품목인 수산물 장이 자리 잡고 있다. 안쪽 골목에도 시장이 이어져 펼친 장의 총 길이가 대략 1. 2km다. 시장을 두어 번 보는 것 자체가 걷기 미션이다. 추석을 앞둔 대목장인지라 약간의 기대를 안고 시장에 들어갔다. 대목장인데 큰 기대를 안 하는 이유는 추석이라서 그랬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 풍성한 한가위, 한가위만 같아라” 등등 추석만 되면 쏟아지는 주옥같은 앵무새 멘트 덕에 추석은 풍성한 시기로 각인이 되었다. 각인보다는 세뇌가 더 어울리겠다. 사실, 추석은 무르익는 시기가 아니라 익으려고 준비하는 시기다. 시기상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시점인지라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죄다 어설프다. 쌀도 수확하기 힘들었을 때였지만 극조생 육종 덕에 햅쌀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과일은 빨리 익게 하는, 색을 돌게 하는 호르몬제도 키워 겉만 반지르르한 것이다. 바다는 육지와 다른 계절을 가기에 나오는 것들이 여름 생선 맛이 난다. 9월 초, 육지가 가을이어도 바다는 한 달 전인 삼복더위가 한창이기에 생선 맛이 심심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것을 알고 있기에 기대를 안 했다. 그저 기대하는 것은 싸리버섯, 밤버섯 등의 야생버섯만 찾을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꽝’이었다.
시장에 버섯은 중국에서 온 송이버섯만 두어 군데에서 팔고 있다. 국내산 송이와 중국산 송이에 있어 육질 차이는 크게 없다. 하지만, 송이가 향으로 먹는 버섯이 송이다. 둘의 차이는 향의 차이가 티가 날 정도로 난다. 중국산 송이가 원래 향이 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수입할 때 물로 흙을 씻는 과정에서 향도 같이 씻기기 때문에 향이 약하다. 국내산은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맡을 수 있는 송이 향을 중국산은 코를 박듯이 가까이 대야 알 수 있다. 여기서 팁은 송이가 핀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안 핀 것이 좋을까? 핀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선물용이라는 것은 안 핀 것을 주로 한다. 사실 향 좋은 것은 갓이 활짝 핀 것이 더 좋다. 향 때문에 선물하는 송이를 향이 덜한 것이 더 대접받는다. 맛있고 향 좋은 것을 선물해야 하지만 추석 선물은 보기 좋은 것이 대접 받는다. 날씨 탓인지 국내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추석 전 국내산 송이는 백화점에서 싯가로 팔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 중국산은 10만 원 조금 넘었고 갓이 핀 것은 5만 원 전후였다.
그 외의 자연산 버섯은 없었고 여전히 참송이, 솔송이, 송이표고로 사기 치며 파는, 배지에서 재배한 표고버섯 파는 곳은 많았다.
참송이 나온 김에 민어조기와 빨간 볼락(혹은 적어) 또한 매한가지다. 민어조기의 본명은 영상가이 석태로 멀리 아프리카에서 왔다. 경상남도의 바닷가 어물전에서 자주 보던 녀석이었는데 동해 북평장에서도 민어조기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빨간 볼락으로 부르는 생선의 본명은 장문볼락. 멀리 북대서양 바다에서 온 녀석이다. 재래시장과 오일장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살이 많아 인기가 많다. 먹어 보면 맛이 심심하다. 예전에 취사병 할 때 맛봤던 길이는 1m가 훨씬 넘고 폭은 한 뼘보다 컸던 거대한 동갈치의 30년 전 기억 속 심심한 맛을 끄집어낼 정도다. 생선이 심심한 이유는 세 가지. 제철이 아닐 때 잡거나 소금 간 문제 혹은 원래 맛없거나 정도. 가격이 싸게 들어 오는 이유는 잡는 지역의 사람도 잘 안 먹는 생선이었을 확률이 3만 %일 것이다. 오징어 진미 만드는 훔볼트 오징어 또한 현지 사람들은 잡히면 버리던 것이었다고 한다. 세계화한 시장에서 선택은 소비자의 몫. 하지만 소비자에게 정확한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드물었다. 여기 북평장뿐만 아니라 웬만한 장터나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이건 장터를 관리하는 상인회나 관공서에 신경 써야 할 일이다. 오일장 관련한 글을 쓰면 달리는 댓글 중에 신뢰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꽤 있다. 관행이라 여기다 보면 관행을 싫어하는 이들은 아무리 야시장을 한들 오지 않는다. 신뢰의 구축, 오일장의 나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가 한다.
살만한 것이 없던 추석 대목장, 몇 번의 북평장 방문에서 처음으로 빈손으로 시장을 떠났다. 묵호항의 어달 해변에서 성게 비빔밥 한 그릇 하고 묵호 어판장을 돌아봤다. 어판장은 활어 코너와 선어, 조개 등을 파는 해산물 판매대로 나뉘어 있었다. 활어 코너는 늘 보던 우럭, 광어, 가자미 외에 현지에서 돌삼치라 하는 쥐노래미가 많았다. 해산물 판매대에서는 대구 한 마리를 샀다. 추석에 전감으로 쓸 생각으로 샀다. 80cm 정도 되는 대구 한 마리가 2만 원, 삼척 새벽시장에서는 3만 원 정도 했었다. 생선의 선도를 보니 여기가 승. 보통 어시장에 가면 생선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는 물이 좋아 빛나는 것은 드물고 대부분 수족관의 물을 뿌리는 덕에 빛나는 거다. 생선의 선도는 눈의 투명도, 껍질이나 아가미의 선명도를 보는 것이 좋다. 내가 산 대구는 조건에 적합,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했다. 묵호항에서 대구 사고는 강릉 주문진까지 보고 왔다. 확실히 사람 몰리는 곳이 비쌌다. 삼척 새벽시장처럼 여기도 비슷한 크기가 3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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