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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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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Dec 23. 2024

'적당히'가 필요해

MSG에 대한 나의 생각

시간이 날 때 가끔 보는 유튜브가 있다. 두어 가지 정도 되는데 일본의 식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네 식당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연출이 없어 보여서 자주 본다.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있으면서 찍고 질문한다. 실제에도 없는 메뉴 연출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일상을 찍고 소개한다. 우동, 소바, 카레, 돈카츠, 라멘 등 일상에서 늘 먹는 메뉴를 주로 한다. 신기한 것은 그 모든 것이 1인분이 된다는 것이고 터미널 식당처럼 메뉴가 많지만 주방에서 모두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1인 분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안 되는 경우가 더 드물다. 주방의 하루 시작은 육수 만들기로 시작한다. 어디 어디 가쓰오 부시, 멸치, 고등어, 전갱이 말린 것, 다시마, 닭 뼈, 돼지 뼈 등으로 육수를 낸다. 그에 맞는 간장을 사용하고 맨 마지막에 흰 가루를 한 스푼 넣는 것으로 만들기를 끝낸다. 마지막에 넣는 것은 생각한 것이 맞다. MSG다. 일본이니 상호로 이야기하자면 아지노모토다. 어느 지역의 어떤 메뉴를 찍든 다들 비슷하다. 육수 베이스로 해서 음식을 만든다. 만드는 사이에 조미료를 더 넣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건 우리네 음식 방송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서울 모처로 곰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먹을수록 강렬해지는 맛, MSG가 느껴졌다. 밥만 먹고 국물은 반쯤 남겼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국물은 거의 먹지 않는다. 찌개도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이는 냉면도 마찬가지다. 먹고 나면 물 찾는 게 싫어 먹지 않는다. 

곰탕 맛이 예전보다 들쩍지근한 맛이 강해졌다.

먹고 나서 조미료 맛이 강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쥔장인듯한 이가 댓글을 남겼다. 자기는 80L에 200g을 사용하다는, 그러면서 나의 조미료 기준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조미료 기준? 그런 게 있는가 싶었다. 답을 해줘야 할 듯싶어서 아는 세프에게 카톡을 날렸다. 주방에서 사용량을 알려달라 하니 60L에 6g 정도 사용했다고 한다. 양을 대충 가름해 보니 일본의 주방과. 비슷했다. 육수 재료로 맛을 낸 다음 마지막 맛을 더하는 정도로 육수를 만드는 모습 말이다. 6g 사용하는 것도 지금은 채소 삶은 물로 대체했다고 한다. 60L에 6g과 80L에 200g 사용은 누가 봐도 큰 차이가 난다. 나에게 저렇게 댓글을 단 것은 그나마 자기는 적게 사용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음이 아닌가 추측했다. 댓글 달아 주려고 하니 사라져 있었다. MSG 사용에 있어 기준이 있을까? 단연코 ‘없다’ 사용하는 이의 중독성에 따라 달라지니 기준이라는 것은 애당초 있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마장동에서 저녁 먹으면서 1차를 했고 2차로 근처 선술집으로 이동했다.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나온 찌개는 들쩍지근했다. 과량의 MSG가 들어 있는 듯싶었다.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넣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추측한다는 의미다. 사실 찌개 끓일 때 MSG는 넣을 필요가 없다. 김치 만들 때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굳이 찌개 끓일 때 넣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꼭 넣는다. 부대찌개를 끓인다고 하자. 육수, 김치, 햄, 매운 양념 등 부대찌개를 끓이기 위한 모든 과정에서 MSG가 들어간다. 끓일 때 마지막에 한 스푼 더 넣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에 놓인 콩나물이나 다른 반찬도 만들 때 MSG을 넣는다. 곰탕에 넣는 것도 괜찮다. 상 위의 다른 음식과의 MSG 밸런스를 생각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한 끼에 먹는 MSG의 양을 계산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러는 곳이 드물다. 곰탕에 넣었으면 김치에는 넣지 말아야 하지만 넣지 않은 시판 김치 제품 극히 일부 제외하고는 없다. 심지어 사카린을 사용해 들쩍지근함을 더한다. 김치와 곰탕의 MSG 총량을 계산해야 하지만 각각 본다. 곰탕 맛에 맞게 MSG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김치에서 더해지는 양을 감안하면 맛의 한도를 넘는다. 

MSG가 몸에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의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이야기다. MSG 적당히 넣고 만든 음식을 개별로 맛을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개별로 만든 반찬을 차리고 밥 먹을 때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먹는 MSG의 합이 많아진다. 특히 반찬 십여 개 이상 차려지는 백반이나 한정식은 더 그렇다. 사용하는 것이 괜찮다. 전체 밸런스를 보고서 사용한다는 조건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국물 요리나 덮밥 등 요리에 MSG을 넣지 않고 탁자 위에 있는 소금이나 후추처럼 내 입맛에 맞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말이다. MSG는 그냥 맛을 내는 조미료일 뿐 좋고 나쁨은 없다. 설탕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듯이 MSG 또한 그렇다. '적당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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