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식품 MD의 떡볶이 레시피
나는 쌀떡이 좋다. 소위 '쌀떡파'다.
'쌀떡이 좋냐? 밀가루 떡이 좋냐'는 탕수육의 찍먹과 부먹과 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찍먹이냐 부먹이냐에 앞서 중요한 것은 탕수육의 맛이듯 쌀떡과 밀떡 사이에서 중요한 것 역시 떡의 맛이다.
아직까지 밀떡 중에서, 특히 시판하고 있는 떡 중에서 맛에 드는 떡을 발견하지 못했다. 밀가루 떡은 쌀떡에 비해 쫄깃한 유지가 좋다. 게다가 잘 불어 터지지 않는다.
쌀떡 중에서는 조금만 끓여도 퍼지는 것들이 꽤나 있기에 아마도 떡볶이의 쫄깃한 맛을 즐기는 이들은 이런 쌀떡으로 인해 쌀떡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대기업이나 쿠 뭐시기 PB 상품이 그렇다. 가격은 오지게 비싸고 맛은 떨어지는. 반면 말랑한 떡을 좋아한다면 밀떡을 저주할 것이고.
내가 쓰는 쌀떡은 홍성풀무에서 만든 떡볶이 떡이다. 이 녀석은 적당한 쫄깃함이 장점이다. 시중 어떤 떡보다 쫄깃함 유지가 좋다. 밀떡파도 이 녀석으로 한 떡볶이를 맛보면 만족하지 않을까 한다. 3년 전 여행자의 식탁에서 만들었다가 망한 떡국떡과 가래떡 맛본 분들은 그 쫄깃함을 기억하실 거다. 같은 공장이다.
딸아이가 없기에 거의 8개월 만에 떡볶이를 했다.
떡볶이를 할 때 미원을 넣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금 더 좋은 다시다 또한 넣지 않는다.
우리 집은 미원 안 넣어요 하고는 다시다 넣는.. 뭐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물을 끓인다.
이때 당면을 같이 넣는다.
고추장을 푼다. 간장과 액젓을 넣는다(우리 집은 장모님이 주신 고추장이기에 MSG 성분이 없다, 시판 고추장이면 MSG가 일정량 들어가 있다). 액젓은 1년 6개월 숙성한 녀석으로 미원 대신 감칠맛을 준다. 작년에 산 백령도 다시마(다시다 아님..)을 넣기도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당면의 상태를 본다. 얼추 말랑거린다면 그때 양파와 떡을 넣는다. 이때 설탕을 조금 넣는다. 뜨거울 때 살짝 단맛만 나는 정도. 고춧가루도 같이 넣는다.
떡이 말랑말랑할 때 어묵을 넣는다. 한소끔 끓이고 난 후 불을 끄기 직전 식초를 밥숟가락으로 반 스푼 정도 넣는다. 식초는 신맛 때문에 넣는 게 아니다. 매운맛, 짠맛, 단맛 서로 각자 놀던 맛을 하나의 맛으로 모으는 역할이다. 떡볶이 맛나게 만드는 비법.. 식초 넣으면 된다.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식초 또한 맛있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좋은 식초일수록 맛을 잘 모은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이 바로 식초다.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조미료를 넣었을 때 확실히 맛이 좋은 것처럼 느낀다. 만일, 고추장을 시판 청청원이나 CJ에서 생산한 것을 넣는다면 굳이 더 넣을 필요는 없다. 고추장에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안 넣으면 어떨까 싶지만 다 적응한다. MSG 또한 담배처럼 중독이다. 담배 끊은지 6년째다 처음에 어찌 살지 했는데 다 살더라. 담배 피울 때는 몰랐던 담배 피운 사람의 몸에서 나는 똥내를 맡았을 때.. 내가 저랬구나! 하는 현타가 온다. MSG도 그렇다. 줄이고 끊는 순간.. 느글느글한 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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