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은 시간이 쌓인 맛이다.

by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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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은 단순합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새우, 그리고 천일염, 마지막으로 시간. 이 세 가지가 만나 발효되면서 그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감칠맛 폭탄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 한식의 뿌리이자, 국뽕을 한 사발 들이켜도 좋을 만큼 자랑스러운 고유의 조미료죠.


오늘은 마트나 시장에 갔을 때, '육젓', '추젓' 이름만 보고 헷갈리셨던 분들을 위해 식품 MD로서 명쾌한 가이드를 드립니다.


1. 젓새우 vs 돗대기새우 (지역이 다르면 새우도 다르다)


새우젓을 담그는 새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산지에 따라 잡히는 새우가 다르기 때문이죠.



남쪽의 맛 (전남 신안):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뽀얗고 투명한 **'젓새우'**가 주로 잡힙니다. 껍질이 얇고 살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북쪽의 맛 (강화도): 물살이 세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강화도 인근 해역에서는 **'돗대기새우'**가 많이 잡힙니다. 꼬리와 대가리 쪽에 붉은빛이 돌고 껍질이 약간 더 단단하며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2. 오젓, 육젓? 추젓? 이름보다 중요한 건 '용도'


보통 5월에 잡으면 오젓, 6월에 잡으면 육젓, 가을에 잡으면 추젓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잡는 시기보다 어떤 새우로 만들었느냐어디에 쓸 것이냐를 아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오젓/육젓 (젓새우): 주로 남쪽의 '젓새우'로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산란기 직전인 6월에 잡은 새우(육젓)는 살이 가장 통통하고 큽니다. 추천 용도: 이건 국물에 넣어 끓이기 아깝습니다. 고춧가루와 참기름, 파를 넣어 무쳐서 밥반찬으로 드시거나, 수육/족발 같은 돼지고기 요리에 '찍먹' 소스로 곁들일 때 최고의 맛을 냅니다. 씹는 식감이 살아있으니까요.


추젓 (돗대기새우): 주로 강화도 등지에서 잡히는 '돗대기새우'로 많이 담급니다. '추젓'이라고 해서 꼭 가을에만 잡히는 건 아닙니다. 돗대기새우는 사계절 내내 잡히기도 합니다. 육젓보다 크기는 잘잘하지만, 특유의 감칠맛과 시원함이 일품입니다. 추천 용도: 끓이거나 볶는 요리에 적합합니다. 김치 담글 때, 콩나물국밥이나 순두부찌개 간을 맞출 때, 호박볶음 할 때 넣으면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이 납니다. 열을 가해도 맛이 쉽게 변하지 않고 국물에 잘 우러납니다.



3. 핵심은 '언제' 잡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숙성했느냐


많은 분이 "육젓이 최고급이니 무조건 육젓을 사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찌개 끓이는데 비싼 육젓을 넣는 건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밀 하나. 새우젓의 맛을 결정하는 건 잡은 날짜보다 **'숙성의 시간'**입니다. 와인처럼 새우젓도 토굴이나 저온 창고에서 얼마나 적절한 온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삭혔는지가 관건입니다. 잘 숙성된 새우젓은 짠맛 뒤에 강렬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요약]



밥반찬, 수육용: 살이 통통한 육젓 (비싸지만 맛있다)


찌개, 국, 볶음, 김장용: 감칠맛 좋은 추젓 (가성비 좋고 만능이다)


구매 팁: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용도에 맞춰 사세요. 그리고 땟깔보다 냄새를 맡았을 때 구수한 발효 향이 나는 '숙성 잘 된 놈'을 고르세요!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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