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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24. 2016

강변다찌

통영의 봄맛

'다찌'는 경상남도에서 통용되는 식당 언어다. 때로는 '다찌' 대신 실비집'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인당" 혹은 '술 병당'으로 계산을 하고 인원 수나 기본이 되는 술을 주문하면 기본이 되는 안주가 나온다. 술을 추가 주문하면 새로운 안주가 나온다.

자리를 잡으면 시기에 따라 가장 많이 나는 회와 해산물을 중심으로 꾸려진 기본 안주가  차려진다.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어느새 처음에 나왔던 술은 빈병이 돼 구석자리로 내몰려 있고 가득 차려진 안주도 빈 접시가 된다. 술을 한 병 시키면 다른 안주가 나오고 사장님 기분에 따라 서비스 안주가 나오는, 제철 해산물 맛에 사람 맛이 더해져 있는 곳이 '다찌'다.    


통영에서 맞이하는 저녁. 항구를 따라가다 보면 횟집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중앙시장에 가면 '다라이' 가득 횟감과 해산물이 들어 있는 가판에서 저렴하게 안줏감을 살 수 있다. 편하게 횟집에 앉아 한적한 항구를 바라보면 술 한잔 하는 것도 좋고, 회를 떠서 양념식당에 가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다찌로 향했다. 통영에서 '멍게가'를 운영하는 이상희 형님 소개로 '강변다찌'에 갔다.

4인 상. 인당 3만 원이다. 살짝 아린 맛으로 먹는 마늘대, 씁쓸한 맛이 좋은 엄나무 순이다. 

갯가재, 백고동, 꼬막
참돔찜, 문어 새끼 찜
멸치회무침.
진달래, 쑥화전
볼락구이
문어새끼 데침


술은 계속 추가하고 안주도 나왔지만

카메라는 술이 시작되기 전에야 손에 쥐고 있지 술과 좋은 안주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가방 속에 고이 모셔두어야 하는 물건. 좋은 사람, 좋은 안주에 방해만 될 뿐이다.

자주 갔던 통영이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먹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은 술자리였다.

생각해 보면 어디를 가든 바닷가 앞은 식당은 풍경을 먹는 곳이 대부분이고

바닷가에서 좀 떨어진 골목 식당은 맛을 먹었던 것 같다.

무엇을 선택하든 아쉬움이 항상 남았지만 '강변다찌'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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