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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19. 2016

멍게 비빔밥

통영 멍게가

“멍게가”

“The 멍게, by the 멍게, for the 멍게’

에 딱 들어맞는 식당으로 통영 음식 전문가 이상희 선생이 운영(심부름. 음식은 부인)하는 곳이다. 통영은 사시사철마다 각종 해산물이 모여드는 곳이다. 봄철이면 도다리와 각종 조개류가 좋고 여름이면 붕장어, 갯장어 등이 통영 어판장으로 모인다. 가을이면 가릴 거 없이 다 맛있고 겨울은 시원한 졸복과 기름지고 고소한 볼락으로 미식가를 유혹하는 곳이 통영이다. 해산물 외에 꿀빵, 충무김밥, 빼데기 죽, 우짜 등 간식거리와 새참 거리도 해산물과 견주어 세 형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맛있는 먹거리와 예쁜 풍경이 있는 통영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국내 관광지 중 하나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내려 거제를 가든, 아님 통영시내에 가든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메뉴가 멍게 비빔밥이다. 거제 수용소 앞에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거제, 통영의 포구나 횟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싱싱한 멍게(혹은 숙성시킨 멍게)에 날치 알, 채소,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는 요리다. 멍게 비빔밥을 하는 곳은 많지만 맛있는 곳이 드물기도 하다. 마치 중국집은 많지만 맛있는 짬뽕을 내는 곳이 드문 거처럼 말이다. 통영, 거제를 수십 번 갔지만 멍게 비빔밥을 먹은 적은 한 번이다. 원래 해산물 중 향이 강한 멍게, 성게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딱히 찾을 이유가 없었지만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었다. 출장을 끝내고 찾아 간 식당에서 멍게 비빔밥을 먹고 다시 길 떠난 이후로 먹은 적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또 찾아 먹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좋아하는 식재료도 아니고 특별한 맛도 아니기 때문이다.

출장길, 삼천포 항을 돌고 찾아간 통영에서 거의 십 년 만에 멍게 비빔밥을 먹었다. 원했다기보다는 일행한테 끌려가서 먹었다. 제철 맞은 조개부터 맛있는 것도 많은 데 하필 멍게 비빔밥을 먹는다 구시렁거리며 갔다. 이상희 선생이 옆에서 멍게를 어쩌고 저쩌고 해도 귓등으로 흘렸고 다음에 갈 실비집에서는 뭐가 나올지에 모든 관심이 가 있었다. 비빔밥이 나오고 밥을 비볐다. 예의상 한 수저 크게 떠서 먹었다. 적당히 한 번 예의를 보이고 다른 것 먹을 요량이었다. 요량은 첫 수저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한 수저가 두 수저가 되고 바닥이 금세 드러났다. 맛있었다. 기억 속에서 코를 후비던 멍게 향은 온데간데없고 은은한 멍게 향이 다른 재료들과 어울렸다. 다른 곳 하고는 달랐다. 멍게에다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맛이 날까?. 이상희 선생께 여쭈니 싱싱한 멍게를 세척하고, 다진 거에 마늘, 참기름, 어간장, 쪽파만 넣었다 한다. 그러면서 간을 소금 대신 어간장으로 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멍게에 소금으로 간을 하면 쓴맛이 나지만 어간장으로 하면 맛도 좋아지고 향이 전체적으로 풍부해진다 한다. 같은 바다에서 난 맑은 어간장이 맛의 핵심이었다.

통영에서 돌아온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은은한 멍게 향이 생각난다. 여전히 횟집에서 곁 안주로 내는 멍게는 쳐다보지도 않지만 그날 먹었던 멍게는 생각이 난다. 생각 끝에 멍게를 따로 주문했다. 좋은 김에 밑간을 하지 않은 밥을 올려서 김밥을 말아도 맛있게 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멍게 김밥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좋은 식재료를 만나는 것은 애인 만나는 거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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