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정클로이 Feb 10. 2021

해외여행 이제는 못 가겠지?

코로나가 바꾼 일상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누구나  한 번쯤 갔을법한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을 나는 가지 못했다.

남편은 죽기 전에 한번 다시 가보자고 했지만 코로나가  바꾼 일상 때문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라디오 사연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나에게는 웃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은   2번의 경험이 있었다.







한 번은 회사에서 비즈니스 트립이라고 보내주었는데  난생처음 타는 비행기라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 난만한 얼굴로 비행기를 타러 온  나한테 회사 선배님께서는 

비행기 처음 타면 신발을 벗고 들고 가야 한다 

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일인데.  그때는 그게 진실인 줄 알고  비행기 들어가는 초입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같이 탑승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지 못할 해프닝을 선사해주곤 했다. 






두 번째는 광복절 휴가까지 포함시키니 휴가기간이 2주나 됐었는데 특별히 계획이 없었다.  교회 다니는 친구가  해외로 선교 여행 간다는 말에  가서 뭐 하는지 어떤 방에 묵는지  디테일한 스케줄을 묻지 않고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필리핀 일로일로라는 시골 도시로  휴가인지  일하러 갔는지 모르는 여행을 따라갔다.

해외여행을 가면 주변의 명소도 찾아가  구경도 하고  맛있는 현지 음식도 먹고 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그때는 김치 말고는 먹는 음식도 별로 없는 나였던 지라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여행기간 내내  비도 오고 습한 냄새에  한국에서 먹던 김치도 먹지 못하니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결혼 전, 나의 해외여행의 기억은 실로 참담했다. 휴가지에서도 나만의 휴가가 아니라 남을 위한 휴가를 보내면서 돈까지 쓰고 왔으니  외국까지 가서 강제 다이어트를 하고 온 나를 보고 왜 외국까지 가서 힘든 일정을  보내고 왔냐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10년 전, 남편과의 결혼 당시 우리는 신혼여행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외여행 경험이 있었고 남편은 해외여행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평생 한 번이 될지 모르는 신혼여행이기에  국내보다는 해외로 여행을 가자고 했고 보라카이로 여행지를 정했다. 


결혼 전전날,  우리는  결혼 준비에 야근까지  강행군을 보내며  간신히 쉼을 보내고  강남역 산부인과에 검사 결과를 보러 같이 나왔다.  강남역 가기 전  영등포역에 볼일을 보고  2호선 지하철역을 탔는데 앉을자리가 없었어 남편이 내 가방을 나 앉은자리 위에 올려 두었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둘이 수다를 떨다 가고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강남역이 아닌 교대역에서  벌떡 일어나 지하철  문 앞에 서있었다.  남편도 아무 의심 없이  나를 따라 지하철 문 앞으로 왔고 우리는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내렸다. 


지하철을 내려 아무 의심 없이 강남역 산부인과에 도착한 우리, 그제야 가방을 놓고 내린 것을 알았다.

2호선 강남역 역장실에 달려가서 관리 사무실 담당님께 상황설명을 하고 타고 내렸던 지하철이 순환되어 다시 강남역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지만  찾아야 했던  가방은 찾을 수 없었다.

여권, 예물시계, 예물반지, 축의금


가방 속에 들어가 있는 내 결혼의 추억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듯했다.  결혼식 전전날 잃어버린 가방의 충격이 심한데 해결이 되지 않으니  예전에 아빠가 하늘나라 갔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었다.   여행사에서는  전후 상황을 전해 듣고  인천 국제공항 사무소에 가면 여권 급 발행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했는데 내가  결혼 전 5년 전에 필리핀 다녀온다고 여권 분실신고를 했던 경험이 있어 재발급이 안된다 했다.   남편은 여권 재발급이 되는데  나는 여권 재발급이 되지 않으니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은 물거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도 안 되게 보라카이는 물 건너갔고  개인 실수로 가지 못한 여행의 비용은 50%만 환급을 받았다.  해외여행은 제주도 여행으로  변경이 되었고 잃어버린 예물반지도  가짜 반지로 맞추어 끼고 제주 여행을 가면서 시부모님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국내여행으로 떠난다 전화드리며 가는 신혼여행 떠나는 발걸음이 과히 즐겁지만 않았다.  야무진 줄 알았던  큰딸이  가방을 홀라당 잊어먹고 온 사실을 안 우리 엄마는 내 30년 인생에  들어보지 못한 욕을 퍼부으며 그대로  결혼하기 전에 잘살기 위해 액땜한 것이라고 생각하라 했다.  액땜은 했지만 내심 다시 돌아오라고 하고 싶었던 내 가방과 결혼의 추억들  하나하나 남편과 고르며 행복했고  새 인생을 시작 하기에  따뜻한  기운이었는데 가방은  내 바람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잃어버린 여권 때문에  경찰서까지 방문해서 조사를 받았던 나와 남편은  가방을 잃어버린 것이 큰 교훈이 되었다 하며 앞으로는 잘살자 했다. 





지지고 볶고  결혼 후,  1년을 보내고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을 못 갔던 게 내심  안타까웠던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다시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결혼기념일  몇 달 전에   미리 패키지로  숙박이랑  항공도  문제없이 예약을 맞혔고 여권까지 만만의 준비를 끝냈다. 우리 부부는 회사에도  한풀이 신혼여행을 간다며  휴가도 넉넉히 내고  여행 당일날  당당히 공항으로  떠났다.   


인천 국제공항에 가는 동안   양쪽 회사 직원들에게 문자가 온다.  이번엔 지난 몫까지 다 포함해서 신나게 놀고 오세요!!! 고맙다고 문자의 답을 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여행 케이스도 보내고 출입국 수속을 맞추었다. 

이제 정말 떠난다.  지난 일들을 털어버리고 이번엔 신나게 놀고 오리라!!!!

출입국 수속까지 맞추고 면세점 쇼핑을 나섰다. 결혼하고 명품 가방 하나 사주지 못해 안타까웠던 남편은 면세점에 들러서 내 가방을 하나 사주었고 남편은 담배를 하나 구입했다. 사이좋게 하나씩 물건을 구입하고  비행기 탑승시간이 다 되어 비행기를 탑승했다.   보기 좋게  가방을 들고  기념사진까지 찍은 우리 부부 

행복한 얼굴로 비행기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비행기는 출발을 알리며   승선을 알렸는데......

정확히 5분 후, 다시 역주행해서  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현지 지역 태풍으로 떠날 수 없습니다. 



하하하,  태풍이라니 이번에는 떠날 것이라 생각했건만 다시 돌아온 비행기 속에서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갈 수가 없고 다시 조율해서  떠나야 한다면서  저녁식사 후  비행기에서 내려 주기를 바라는 승무원 분의 멘트가 어찌나 밉던지  일부러 그러려 하는 것이 아닐 텐데  괜히 미웠다.  그러나 미우면 어쩔 것인가?   우리는 힘없는 탑승객뿐인 것을...... 우리 부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어처구니없지만 저녁을 먹고  비행기에서 내려야만 했다. 내리면서  인천공항 도착지로 나가야 했는데  구입했던 가방이랑 담배는 두고 내려야 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은 외국을 나갔다 한국으로 들어와야 되는데 외국을 나간 적이 없으니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물건을 두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행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현지 날씨 때문에  다음날 다시 출발할 수 있기는 한데 정해진 휴가 일정에 맞추어 진행 하기엔 하루정도 비용이 차감된다 했다'    1년 전에는 여권을 잃어버려서  비용을 50% 차감하고 받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잘못이 아닌데 비용을 차감하는 것이 아까웠다.   휴가 기한을 포기하고 회사로 돌아가자니  너무 아쉬웠고 당장 비용을 차감하고 해외여행을 가기엔 버리는 비용이 아까웠다. 


이런 우리 부부를 위해 여행사는  또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지만 우리는 가지  않았다.  제주도 늪에 빠져있는 듯했으니까...... 제주도를 포기하고 고심 끝에 부산으로 떠났다. 회도 먹고 그럴싸한 호텔에서 휴가도 보내고 면세점에 놓고 온  가방은  부산 롯데 백화점에서 할부로 구입해서 갚았다.


라디오 사연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나한테 2년 동안 연달아 있었다.  나의 지인들은  남편과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은 인연이 없는 것 같다며 같이 여행가지 말라고 했다.  그것도 틀리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것이 몇 해 전 여름휴가를 떠나는데 휴가 전전날까지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뜰지 말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휴가 당일 날씨가 좋아져서 딸아이와 엄마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남편과 엇갈리는 여행 때문에  남편은 죽기 전에 한번 떠나보자 했지만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언제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나도 남편과 분위기도 내며 시간을 보내보고 싶지만  한낮 꿈으로 사라지지만 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마음 한편에 바래본다.  남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요리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