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알리오
"I've been hiding in your porch because I love you."
- UP
영화 시작부터 대략 15분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픽사의 UP. 관람한지 오랜 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귓가에서 영화 주제곡이 맴도는 것만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현관에 숨어 있었다는 억지스러움.
마음에 박혀 생각할때마다 미소짓게 하는 본 구절이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요즘 굿닥터의 숀이 강조하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애뜻하다. 단순과거형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 애절함이 전해져서 귀엽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 드디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
꿈꿔왔던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우린 말한다: I've been waiting for this moment!
기나긴 세월과 함께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동시에 전해지는 시제이다.
나이에 비해 꽤 각색다양한 일을 해왔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오랫동안 간직하며 이루어지길 바랬던 건 없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직군에 대해 보고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욕심이 생기고 하고싶은 것들이 매 순간마다 생기다가도 돈을 벌고 친구들과 놀면서 하나 둘 씩 잊혀져만 간다.
처음으로 영화제 통역 제안이 들어왔었을 때 생각했었다.
Oh, yeah I've wanted to be a part of film festivals!
어떤 모양으로라도 영화제와 연류가 되고 싶었었는데 통역으로 갈 수 있게되어 기쁘고 감사했다. 그리곤 또 생각했다.
잊고 있었는데 신기하네. 한동안 기업통역 위주로 했는데.
왜 잊었었을까?
왜 잊고 사는 걸까?
이름만 들으면 모순인 현재완료진행형을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물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간다. 때론 거칠고, 때론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 살다보면 한 때 꿈꿨던 순간과 마주하지만 그에 따르는 기쁨이 그리 크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먼 훗날보단 손에 잡힐듯한 실현성있는 것들을 더 추구하는 것 같다.
마음 깊숙히 꽤 오랫동안 원한, 원하고 있는 /동반자/ 역시 본 시제를 사용하긴 어렵다. 그냥 현재진행형을 써야만 할 것 같기에: I'm (still) waiting for the one.
기약이 없는 시제. 그래서 포기와 기대와 좌절과 두근거림의 굴곡이 동반하는 시제.
나만의 생활방식과 고집의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나와 잘 맞고 서로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현재진행의 시점을 완료시키고 싶다.
I've been waiting for the one and here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