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추천 #가족영화 #친절해지고 싶게 하는 /원더.풀/한 영화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or being kind, choose kind.
간혹 그런 영화가 있었다.
영화제 통역일을 하면서 수많은 실험적 예술적 영화를 보다가 감독의 의도를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온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고마운 쉼표.
그리고 찾았다.
모든 것이 극적으로 과장되게 느껴졌던 [신과 함께]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1987] 가운데 내가 수급하고 싶어했을 법한 따뜻한 영화.
이 삭막한 세상에게 옳은 것 보다는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나의 쉼표.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원더]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나 집에서 엄마와 공부를 하던 어기 풀만이 5학년이 되어 처음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어기는 초반부터 헬멧을 쓰고 있는데
그 헬멧을 벗을 때에 내가 거부반응을 보일까봐 살짝 긴장했었다.
난 선입견이 없는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너무나 믿고 싶었기에 헬멧을 벗은 어기를 내가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까봐, 나에 대한 내 믿음이 깨어질까봐 무서웠다.
(다행히도 감독은 주인공에게 "친절"한 정도의 분장을 입혔다.)
[원더]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데
그 시점들을 나눈 기법이 조금 남달라서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보통 그렇게 구분지어서 내보내면 철저히 해당 인물의 1인칭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하는데
본 영화에서는 해당 인물이 알 수 없을 다른 인물들의 상황이나 이야기가 섞여서 '혹시 소설이 나뉘어져있어서 그랬나...?'란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인물들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엮고 느낌있게 편집을 한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스토리와 연기가 워낙 탄탄하기에 몰입에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줄리아 로버츠는 힘을 빼고 헌신적인 엄마역할을 아름답게 연기했고 오웬 윌슨은 딱 그 다운 살짝 가벼워 보이면서도 속깊은 역할을 착실하게 연기했다.
이 둘의 케미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잘 맞아 마치 이웃집 가정을 보는 것만 같아 편안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주인공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그의 친구들 역시 모두 훌륭했다.
특히 잭윌 역할을 맡은 노아 주페는 너무나도 귀엽게 생긴 애가 연기도 능청스럼게 너무 잘해서 내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프레디 하이모어를 처음 접하고 계속 그를 응원하며 출연작을 봤었는데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지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좋다 느낌이.
We carry with us, as human beings, not just the capacity to be kind, but the very choice of kindness.
명사 앞의 Very는 "매우"란 뜻이 아닌 강조를 위해서 쓰인다.
The very nature of...(~의 본연본질...)
Her very words... (그녀의 그러한 말)
...the very choice of kindness. (바로 친절함의 선택권)
인간은 친절해질 수 있는 능력 뿐만이 아니라 친절해 질 수 있는 선택권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이 말이 왜 이리 아플까?
엄마가 어기에게 하는 주옥같은 말들이, 어기가 세상에게 외치는 엉뚱하고 따뜻한 말들이 내 마음 깊이 박혀 메아리를 친다.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찔리고 부끄러워 눈물을 훔치면서도 씁쓸했다.
스토리상 어기를 비꼬고 따 시키려 하는 부잣집 아이가 존재하지만, 어기에게는 유머스러운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이해심이 싶은 누나가 있어 많은 사랑과 현명한 가르침 가운데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 가는 학교 교장과 담임 선생님은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인이었고 어기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친구가 되어준 멋진 아이들이 있었다.
얼마나 될까? 이렇게 어딜 가도 자길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나는 누구에게 그런 멋진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적어도 이번 주 만큼은,
마주하는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는 선택권을 사용하며
어기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