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재발견 #넷플추천작
고등학생 때 미국인 선생님과 영화관에서 <렌트>를 처음 보았다.
나에게는 그냥 신나는 노래가 가득한 즐거운 영화였는데 당시 60대셨던 선생님은 중반부부터 눈물을 흘리시더니 곧 오열하셨다.
관람 후, 선생님은 담배를 피시며 친구들이 너무 생각나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신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어도 수년 후 미국에서 직접 살며 일하기 전까진. 아니, 세대와 인식이 조금 달라졌기에 그마저 그 깊이는 달랐으리라.
사실 스파이더맨이 피아노 앞에 앉아있길래 가볍게 틀어보았다. 피터 파커 앤드류 가필드가 이런 연기를! 이런 노래를! 이런 듀엣을! 이건 사랑이다! 그 어떤 히어로물보다 더 멋졌던 무대.
극 중 이름이 <렌트> 작가이길래 내가 사랑하는 "Seasons of Love" 넘버를 따라 부르려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죄다 모르는 넘버들로 날 감동시키고 끝나버렸다. OST 강.력.추.천.
And In Eight Days, My Youth Will Be Over Forever. And What Exactly Do I Have To Show For Myself?
30세 생일을 며칠 남겨두고 좌절하는 존.
세대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난 지금까지 뭘 했지?'란 질문은 대물림되나 보다.
기사나 TV에 나오는 멋진 분들을 보며 종종 내게 질문을 하곤 한다.
나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저 사람에게서 보이는 열정은 어디쯤에 두고 왔을까? 내 꿈이 뭐였더라?
극 중 존은 본인이 존경하는 20대에 성공한 극작가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채찍질을 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응원해주는 단짝 마이클.
난 마이클과 동기화되어 버렸다.
Are You Letting Yourself Be Led By Fear Or By Love?
한 때는 연기자를 꿈꾸며 시도했지만 본인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광고회사에 취업한 마이클.
현실과 타협했다는 말보다는 존과 같은 천재성이 부족했기에 현실이 그를 더 잡아당기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많은 지인들처럼. 나처럼.
그럼에도 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봐 주고 그가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 준다.
넌 재능이 있어. 넌 할 수 있어. "두려움에 끌려갈래 사랑에 끌려갈래?"
존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fear of failing)과 글쓰기에 대한 사랑 (love for writing)을 빗대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감수성이 충만한 존은 마이클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궁극적으로 마이클의 믿음과 삶이 존에게 <렌트>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이 아닐까.
What Is The Point Of Money, If You're Not Going To Spend It On The People That You Love?
전기세 비용도 걱정해야 할 만큼 돈이 없는 천재 작가는 친구들을 모아 성대한 파티를 하시겠다. 마이클이 한 마디 하자 '사랑하는 사람한테 쓸 게 아니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어?'란 멋진 말을 던지고 파티를 연다.
2021년, 내 마음에 가장 와닿고 가장 잔상에 남았던 영화.
2022년에는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끼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