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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i Feb 27. 2022

[세상의 끝까지 21일] 종말은 우주에게

#왓챠추천 #잔잔주의 #종말을 대하는 우리들 #별책: 시트콤추천 

난 스티브 카렐의 연기가 좋다.

#오피스, #스페이스 포스 등 에서 보여주는 goofy*한 모습이 그의 본모습인 것만 같다. 

하지만 #빅쇼트나 #리틀 미스 선샤인 (강추강추강추)등에서 보여주는 진지한 연기 역시 완벽하다.

#댄인리얼라이프 의 카렐의 연기를 상기시켜준 <세상의 끝까지 21일>. 

#돈룩업과 같이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운석으로 인한 지구의 종말까지 카운트 다운하는 영화. 

그와는 달리 다가올 운명에 순응하고 제각기 남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영화.


Nice knowing you.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흔히 건네는 인사말은 "(It's) nice to meet you"이다. 이는 소개를 받아 처음 인사할 때 사용되고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마치고 건네는 말은 "(It was) nice meeting you"이다.

본 영화의 태그라인은 Nice meeting you에서 동사만 바꾼 셈인데 이 문장 하나로 끝맺음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만나서' 반가웠던 것이 아니라 '알게 되어서' 좋았다라. '앞으로'라는 말도 '미래'라는 말도 미리 차단해 버리는 마이지 않나.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원제는 <종말 대비 친구 찾기>인데 연인도 가족도 아닌 친구를 찾는다는 대목을 앞장 세운 것이 아이러니하다. 

결국 다 찾긴 했으니까. 

사실 지금 같은 시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라인도 종말에 쫓기듯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여러 관계 속의 배우들과의 케미도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의 손에 의해 종말을 앞당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

이미 우린 어지러운 정세와 기후위기 속에 살아가는데 무고한 죽음과 가족 간의 생이별을 야기하는 인간의 욕심에 따른 재난은 멈춰저야 한다. 


현재 동유럽에 거주하며 보도를 보고 듣는 매 순간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면서도 나는 배가 고프다.

배달 음식을 시키고 비싼 커피의 사치를 음미하고 평소와도 같은 나날을 보낸다.

감사하게도 가장 친한 친구인 남편과 함께여서인지 '친구 찾기'할 필요는 못 느끼지만 혹시라도 금융 전산망이 무너질까 비행기표를 구매할 만한 현금을 넉넉히 출금해오고 통조림과 식수를 쟁여 놓는다. 

그리고 물품을 정리하다 울컥한다. 멈춰주세요. 국가들은 갈수록 더 민족주의가 돼가고 평화를 외치는 수많은 이들의 진심은 누군가의 욕심에 묻힌다. 미얀마 때도 온세계가 연대하여 소리쳤지만 이번에는 흔히 선진국이라 하는 여러 나라의 원수들이 연대하고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그들의 실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뉴스를 뒤로 하고 미국/영국 시트콤만** 연달아 보며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끝까지 카렐 집을 청소하러 오시는 분처럼. 청소 세제가 떨어졌다고 사놓으라고 상기시키며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를 건네는 그분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음과 이별이 도사리지만 나의 일상은 똑같다.


*네이버 사전에는 '바보 같은'이라고 나오지만 미키마우스 친구 '구피' 성격을 생각하면 쉽다. 무언가 어눌하지만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개인적으로는 귀여운 뉘앙스까지 풍겨지는 형용사. 그러한 사람은 goofball이라고 한다.

**뉴스를 피해 시트콤을 찾으시는 분들을 위한 별책 (<세상의 끝까지 21일>의 출연자 중심)

-스페이스 포스 (넷플): 스티븐 카렐 창작 및 주연. 우주 연구소를 통해 미국 정치/정책을 조금씩 비꼬는 막장요소가 다분한 시트콤. 매 회 엔딩에 나오는 노래들이 하나같이 좋아 크레딧까지 꼭 보게 된다. 

-실리콘 밸리 (왓챠): 영화 식당 장면에서 웨이터로 반짝 나오는 T.J. Miller 출연 시트콤. IT기업의 탄생과 성장기... 그리고 완벽한 엔딩을 선사함. 

-그레이스 앤 프랭키 (넷플): 영화에서 카렐의 아버지 역할로 나온 마틴 신이 출연하는 시트콤. 제인 폰다 등 노년의 우정, 사랑, 그리고 일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풀어냄. 완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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