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터(팬)가 돌아왔다.
대학생 때 인상깊게 보고 한동안 지인들에게 추천했던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Freddie Highmore라는 배우를 처음 접했다.
그 때 샀던 OST 앨범은 디지털화 시켜 아직도 가끔 듣는데,
너무나도 완벽한 피터를 선사해준 이 배우의 표정과 동선이 눈에 선하다.
그 후, 특유 맑은 이미지로 찰리, 러쉬 등*을 거쳐 의사로 돌아왔다.
*최근엔 [베이츠 모텔]에도 출연했는데, 포스터가 섬뜩해서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다.
미국판 [굿닥터]를 처음 보고 "너무 어리다" 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동안인 탓에 극중 동료로 나오는 사람들보다 훨 더 어리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절제된 연기와 조합이 잘 맞는 구성에 처음에는 거슬리던 목소리 톤도 잊은채 빠져들어서 시청했다.
사진으로만봐도 알겠지만, Highmore와 주원은 연기해석을 살짝 달리했다.
키가 큰 주원은 몸을 한 번도 펴지 않고 표정을 살짝 일그린채로 열연한 반면에
Highmore은 미미한 경련과 어눌한 걸음걸이로 표현했다.
여러 작품에서 이미 내보인 그의 아리송하면서도 순수해보이는 고요한(?) 표정과 함께.
.
그들의 연기를 대조해보면 극중 표현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자폐 정도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데
딱히 뭐가 더 낫다 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색다른 배우의 매력과 연기가 색다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 같아 보는 내내 흥미롭다.
의사진의 다른 배우들을 보자면 내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았던 배우들이 많다.
그래서 배우들 보다는 그들의 캐릭터를 살펴보자면 역시 너무 착하다.
심지어 똑부러지고 유능하며 자신만만한 캐릭터 조차 착하다.
[굿닥터] 1. 에서 언급했다시피, 주인공도 많은 미드에서 선호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순진하지만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대사들만 제외한다면), 주변 인물들도 너무 착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다가 횟수가 거듭나면 날수록 의사가 된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와 근본적으로 질이 다른 사람들인 것만 같다.
이유가 무엇이었간에 공부에 매진하여 겨우 도착한 그 자리에서, 수면부족에도 남의 생사를 손에 쥐어 긴장감이 넘치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 저런 여유와 "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갈수록 이런 캐릭터들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만 같아 몰입도가 조금은 떨어지지만
이런 착한 캐릭터들로 본 휴먼 드라마가 미국에서도 정말 먹힌다면,
그래서 이 후에도 여러 시즌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현 사회의 분위기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