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당고수 N잡러 Apr 30. 2021

샤워를 두 번하는 변호사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 부족하고 행동이 변해야

아이가 넷이고, 큰 아이는 머리만 말려주면 되지만 나머지 세명은 매일 저녁 목욕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목욕을 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면서 왜 자꾸 이렇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로 아이들이 목욕하는 도중에 옷을 입고 있는 나에게 안기거나 장난으로 물을 뿌려 입고 있는 옷이 젖게 되면서 화를 많이 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다가 재밌는 놀이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면 큰소리를 내고 혼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욕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당연히 물장난이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장난은 아빠 옷을 젖게 하거나 아빠에게 물을 뿌리는 것인데, 이게 무슨 잘못인가? 당연히 잘못이 아니라 그건 너무나 즐거운 놀이였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무심한 아빠는 옷이 젖어 갈아입어야 한다는 귀찮음으로 아이들과 전혀 소통하지 못했던 겁니다. 나름 유아교육과까지 쫓아다녔던 육아빠라고 자부했던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깨달음 이후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 이제는 아예 같이 벗고 함께 물장난을 치면서 욕조에도 들어가고, 비누 놀이도 하면서 저 스스로도 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뀌자 짜증은커녕 아이들과 함께 서로 비누칠도 해주고, 몸을 비비면서 목욕시간이 아빠와 함께 하는 재밌고 행복한 시간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퇴근 후 지친 몸을 씻으며 목욕과 로션 바르기, 머리 말리기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고, 어차피 젖을 옷에 해야 할 샤워였는데 예전에는 왜 그리 젖는 것에 민감해했고,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혼을 내고, 짜증을 부렸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짜증 나거나 스트레스가 생기는 일을 맞닥뜨리면 아이들과의 샤워를 생각합니다. 혹시 내가 무언가를 바꾸면 이 상황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모든 상황에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다소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로스쿨을 졸업할 때가 40세에 가까운 나이라 같이 공부했던 학우들이 로펌에 취직한다, 어느 회사에 원서를 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고, 안될 것을 알면서 이력서까지 작성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차피 남을 부러워만 하면서 확률이 낮은 곳만 쳐다보지 말고, 개업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홍보를 위한 작은 소개글을 인쇄해서 그동안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에게 개업 직후 우편을 발송하고, 기자들에게 전문성을 알리는 메일을 하염없이 보낸 던 것이 결국 개업 초기 사건 수임과 무비용으로 광고를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있다는 말이 오랜 기간 회자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자신의 삶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마음가짐의 변화와 함께 행동이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노폴리 로스쿨 출신 변호사, 꽃놀이패 독점의 향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