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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May 04. 2021

개업빨의착각에서 벗어나기

착각 속에사라진 스타들을 기리며

변호사가 본업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부캐로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첫 방송에서 일반인 판매자를 기준으로 방문자 수와 판매 금액에서 기록을 경신했다고 들었다. 라이브 커머스 회사 직원의 말에 무척이나 고무되어 아주 잠시나마 내가 마치 유명 쇼핑호스트라도 된 듯이 착각도 했었다. 사실 그래 봐야 1시간 동안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에 수수료 5%를 계산하면 단돈 10만 원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두 번째 방송에서는 같은 시간이지만 매출액이 약간 줄었고, 세 번째 장난감 판매 방송에서는 달랑 하나를 팔아서 수수료로 받은 금액이 3,000원이었고, 어제 4번째 방송에서는 급기야 매출이 없었다. 아예 판매금액 란이 없었다. 방송을 마치고 판매금액을 확인하는데 정말 머리가 띵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봤다. 방문자수가 반으로 감소했고, 댓글이나 채팅수가 줄었지만 그렇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아니라 '매출이 왜 줄었을까' 되뇌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와이프가 '개업빨이네'라고 정답을 알려줬다. 그렇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송에서는 사전에 휴대폰에 있는 지인 5-600명에게 문자와 카톡을 보내 방송을 알렸고, 실제로 라이브 방송에서는 식품업계 임직원들이 모두 모여 인사하면서 축하의 의미로 불필요한 제품을 구매했던 거였다. 인사치레였지 결코 내가 잘해서 된 것이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개업했던 2012년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개업신고를 하자마자 마치 내가 변호사가 되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지인들이 앞다투어 사건을 들고 오거나 소개를 해줬고, 그 덕에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3-4개월 지나자 결국 갑자기 틈이 생기면서 아차 싶어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나를 알리고, 10만 원짜리 강의부터 지방의 작은 기관에서 하는 성희롱 강의까지 나를 찾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다니다 보니 서서히 자리를 잡았던 기억이 났다. 개업 빨은 분명히 처음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 단맛에 머물다가는 숟가락만 빨고 빈 주머니를 확인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비슷한 경험을 로스쿨에 다니면서도 했었다. 1회 입학이어서 사법고시 준비를 하다 온 사람들이 많았고, 개중에는 1차 합격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1학년 때는 그 사람들이 거의 장학금을 독차지하고 우등생이었으며, 나처럼 입학하면서 민법책을 펼친 사람은 바닥을 깔기에 바빴다. 하지만 2학년에 올라가면서 나와 함께 바닥에 있던 친구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2학년 말부터 아예 전세가 많이 역전되었고, 심지어 나조차 졸업 전 시험에서 3-4등을 했었다. 물론 그렇더라도 소위 리걸마인드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성적 향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능력이나 인성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환상적인 기회가 오래가지도 않았겠지만 개업빨의 꿀맛에 빠지지 않았던 걸 지금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요즘 역주행의 신화를 쓰는 브레이브걸스나 EXID, 그리고 많은 조연급 연기자로 성공한 분들은 분명히 반짝 스타들과 다르다. 소위 내가 잘해서 성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우연한 기회로 성공했는데 자기가 잘해서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보다 오래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5번째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는 유상무처럼 라이브 커머스로 성공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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