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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May 21. 2021

나의 특별했던 경험과 남은 인생

남은 삶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1. 사춘기 시절 쥐약을 먹어봤다

2. 40명 정원 식품영양학과에 유일한 남학생이었다

3. 4년제 대학을 5년 다니다 중퇴했었고, 10년 뒤 재입학해서 12학기 만에 졸업했다

4. 30살까지 고졸자였다

5. 지금의 직업 전까지 3년 이상 다닌 이 없이 12번째 직업을 찾고 있다

6. 21살에 입시강사로 데뷔했다

7. 학사학위가 3개, 석사학위가 2개 있다

8. 딸 둘, 아들 둘 4남매 아빠다

9. 40년 동안 세상 나니였던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준 여자를 잘 모시고 산다(혼자 생각이지만).


누구에게나 본인의 인생은 한 번 뿐이고, 특별하며 소중하다. 보통 어디 가서 내 경력이나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참 특이하고 신기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겉으로 보면 나는 성공한 변호사에 4남매를 둔 가정적인 아빠이자 비교적 일찍 퇴근해서 와이프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남편이다.


그런데 난 40년 동안 매우 우울했고, 왜 나한테 이렇게 가혹하고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이 온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세상을 원망하며 살았었다. 지금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솔직히 그 당시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살면서 이리저리 옮기면서 혼자 부딪히다 보니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기 때문에 다시 만나도 별로 감흥도 없고, 실제로 일부 연락 온 친구들 모두 변호사라는 직업을 무료로 이용하려는 의도밖에 없었기에 아예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살고 있다.


어느 헤드헌터가 내 이력서를 보고 스스로 창업하거나 전문직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회사 임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말해준 적이 있다. 원래부터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도 없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직원에게 믿고 큰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임원으로 채용하기는 꺼려질 것 같다.


40대가 거의 지나가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외적인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기보다 나 자신, 내 삶과 인생에 집중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재밌게 자랑질에 빠졌던 페이스북을 거의 끊게 되었다. 업무를 위해 포스팅했던 블로그와 달리 페이스북은 거의 '나 이 정도로 잘 나가' 수준의 홍보용이자 관종의 확인 도구였기에 더 이상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거보다 혼자 재밌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 몰입하고자 결심했다.


100세 시대가 진짜 건강하게 유지되는 삶이라면 이제 딱 절반이다. 10대는 부모에게 휘둘려서 직접 결정하기 어려웠고, 20대는 아무 준비 없이 세상에 나와 뭘 몰랐고, 30대는 직장에 남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보냈다. 다행스럽게 40대에 자리를 잡아서 오로지 나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4남매 육아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건 육체와 시간의 문제일 뿐 이제 정신은 혼자서 제어가 가능한 나이여서 좋은 점도 있다. 남은 인생에서 나의 특별했던 인생, 유일한 경험보다 더 찬란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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