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

연금보다 권한

by 밀당고수 N잡러

학교 다닐 때는 사실 뭘 잘 몰라서 공무원이라고 하면 그저 동사무소 직원 정도, 혹은 고시 패스해서 양복 입고 TV에 나오는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만 생각했었다. 주변에 딱히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공무원도 없었고, 어쨌든 경찰공무원 빼고는 멋있게 보이지도 않아서 어린 마음에 공무원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기업에 다니다 우연히 인천광역시와 당시 산업자원부가 만든 송도테크노파크(현 인천테크노파크)에 경력직으로 취직해서 다녔었다. 몇 달 되지 않는 경험 후 바로 퇴사했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지방자치단체 7급 주무관의 권한이 생각보다 굉장했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식약처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을 떠올려보면 산하기관의 예산과 인사 등 모든 것이 담당과에 달려 있고, 과장이나 사무관이야 세부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결국 산하기관이 가장 잘 모셔야 하는 사람은 담당 주무관이 맞다.


테크노파크에 근무하면서 그때까지 공무원의 권한과 파워를 무시했던 자신을 힐난하면서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일단 공채는 공부하기 싫어서 인천 경제 자유구역청 투자유치 전문계약직 공무원에 도전해서 합격한 후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공무원의 권한을 몸소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고, 저 정도로 권한이 있으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에 이끌린 것도 컸다.


그리고 실제로 사기업과 달리 담당업무를 금액으로 환산한 단위가 틀리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사기업에서 무역, 해외사업부 업무를 하면서 몇 천만 달러가 고작이었는데, 투자유치 업무는 몇천만, 몇억 달러가 기본이었다. 그리고 사기업 때 만나는 외부사람은 KOTRA 직원이나 해외 판매처 직원이 전부였지만 공무원이 되니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나 국내 공공기관의 고위직 사람들만 만난 것도 달랐다.


그런데 딱 하나 마음이 허전한 구석이 있었는데, 바로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를 받는 시스템이 없었다. 계약직이라도 가, 나, 다급으로 다시 직급을 높여서 채용되거나 그 안에서도 연봉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내 사업이나 사기업의 성과급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어서 원동력이 되기는 부족했다. 이미 단과 학원 강의를 통해 성과시스템을 경험했고, 사기업에서 짧은 기간 동안 놀라운 대우를 제안받았던 나에게 공무원의 성과시스템은 너무나 초라하고 힘이 되지 못했고 결국 1년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끝은 아니고 지역인재추천제도를 통해 다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갔으니 이제는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지위만 바뀐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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