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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Oct 18. 2021

주식은 도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버둥 치기

주식을 처음 접한 건 1993년 정도로 기억되는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않고, 입시학원 강사와 고액과외팀에 근무하면서 학생으로는 분에 넘치는 돈을 벌게 되었고, 은행 통장 잔고가 넘치게 되니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게 되었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전철역 앞에 있는 증권회사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무작정 찾아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몇 백만 원을 은행에서 이체하고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돈을 벌었습니다. 모든 도박이 다 그렇습니다. 친구들과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면 그중 한 친구가 처음 하는 것이라면서 뺄 때 괜찮다 쉽게 배울 수 있다고 꼬드겨 함께 하면 십중팔구는 초짜 친구가 땁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이제 고스톱이나 포커판의 먹이가 되는 구조랑 주식도 똑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직원이 추천해주거나 신문이나 TV 보고 산 주식이 바로 몇% 오르면서 몇십만 원 혹은 몇백만 원을 정말 단기간에 벌게 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고, 난 주식의 천재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면서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운이 좋아서 벌 때가 좀 있었다면 즐거운 추억도 남고, 가끔씩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한턱을 쏘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박에서 강자들은 약자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기는 항상 스멀스멀 소리 없이 찾아오게 되고, 절대로 빠져나가거나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와 한번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태풍처럼 몰아칩니다. 제가 주식을 처음 하던 당시 정말 코스닥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서 지금 쓰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네띠앙 등 다양한 IT기업이 나와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계좌만 개설하면 돈을 번다는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가 광풍처럼 지나가자 폭락장이 왔었습니다.


그리고 전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IMF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단어가 무언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서 계좌에 있던 주식이 휴지가 되는 것을 구경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포테이토 감자가 아닌 주식 감자를 당하면서 1,000주가 100주가 되는 10분의 1 감자 진행으로 1000만 원이 100만 원으로 순식간에 -900% 타격을 맞거나 아예 상장폐지가 되어 주식이 휴지가 되는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모든 투자가 여유자금이었고, 당시 학생이라 크게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상황이라 버틸 수 있었지 지금처럼 생활인이었고, 돌봐야 할 가족이 있었거나 무리하게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서 했다면 정말 한강까지 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TV에 존 리라는 증권회사 사장님부터 삼프로 TV 등 다양한 주식 고수나 투자 고수들이 주식 투자를 부추기면서 "주식은 투자다"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분명히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이고, 주식만 공부하고 연구해서 본인의 돈이나 법적으로 허가받고 타인의 돈으로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니 당연히 그건 투자가 맞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개인 주식투자자, 개미투자는 절대다수가 정확한 정보도 없이 인터넷이나 지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나 언론 기사를 토대로 주식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절대로 이길 수가 없고, 이건 분명히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도박은 다음에 나한테 올 패가 무엇인지 모르고 요행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위험한 건대, 지금 개미 투자자가 하는 주식이 똑같습니다. 


요즘은 주식보다 위험성이 큰 EFT, ELS, 암호화폐부터 실물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블로그나 유튜브에 나오는 은, 구리와 전통적인 달러와 금까지 전부 개인들은 쉽게 접할 수도 없고, 설사 그 분야에 근무하는 종사자라도 정확한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없는 상태에서 운 좋게 돈을 버는 것이 전부입니다. 절대로 전문 투자자와의 싸움에서 개인은 이길 수 없습니다. 또 펀드나 EFT 역시 수십억 원의 자산가가 되어 은행의 PB나 고급 컨설팅을 받지 않는 이상 주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듣고 가입해서 투자하면 결국 주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개인은 절대로 주식을 하면 안 되나요? 아닙니다. 저도 주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식이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 합니다. 주식이 투자라고 잘못 알고 하는 것과 주식이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가 납니다. 


주식은 도박이니까 혹시 이익이 생겨도 이것은 내가 잘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고, 이런 좋은 운빨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니 환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세워 정확하게 그 수익률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손 털고 나와야 합니다. 도박판은 계속해서 열리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운이 없을 때는 빨리 포기하고 다시 새판을 시작해서 패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광이나 쌍피도 없이 목단, 흑싸리, 칠 싸리 두장씩 흔히 말하는 개패를 들고 치기보다는 과감하게 광은 못 팔지만 죽고, 다음 판을 기약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 거라 누구나 그러고 싶을 겁니다.


주식은 도박입니다. 그래서 결국 돈을 벌려면 아예 단타로 급등주를 쫓거나 테마주를 선택해서 치고 빠지거나 아니면 속된 말로 존버 정신으로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다 팔면 됩니다. 자신이 충분하지 않은 개인은 절대로 스스로 하는 주식매수로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이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는 반드시 내가 도박을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업무시간이든 밥을 먹다가도 아니면 자다 일어나서도 미국 증시 상황부터 내가 산 주식 시세, 관련 보도까지 체크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너무나 뻔한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문제에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잊지 맙시다. '주식은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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