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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Aug 11. 2021

육아와 가사에도 퇴근이 필요

전업주부 가사노동 가치 연봉2400만 원

4남매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자영업자다 보니 다른 직장생활을 하는 아빠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가사에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행복해도 부부싸움이 가끔씩 발생하는데 항상 문제는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항상 아빠인 저의 이기심과 육체적 피곤함, 깊은 마음속에 돈을 벌어 온다는 비겁한 변명 때문이어서 결론은 반성하고 용서를 빌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끝납니다. 누가 뭐라 해도 결론은 결국 아빠인 제 마음이 잘못된 것이 문제라 제가 마음만 고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왜 남편들은 가사나 육아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면...

   

제 경우 육아와 가사로 싸울 때마다 마음속에는 ‘나는 나가서 돈을 벌어 오니까 집에서는 좀 쉬자’라는 전제가 깊은 곳에 깔려 있었습니다. 솔직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 표현을 빌자면 돈 벌어오는 유세를 떨면서 내 몸만 편하자고 일부러 화를 내는 척하면서 쉬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좀 지내다가 우연히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는 상대방은 더 큰 절망감에 빠지고 이런 시기가 오래 지속되면 부부관계와 가족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불과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차 싶었고, 아주 깊게 반성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싸움도 거의 없어지고, 관계도 좋아지고 역시 전부 제 잘못이었습니다.


솔직히 마음을 바꾸고 보니, 통상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고, 출근 준비시간과 야근 및 퇴근시간을 합해도 넉넉잡고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13시간이 일하는 사람의 평균 근무시간일 겁니다. 그런데, 가사와 육아는 어떤가요? 기상부터 취침까지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자다 보면 어디서 다리가 날아와 깨고, 수유 때문에 깨고 도대체 일에 시작과 끝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이가 생기면 어느 정도까지는 부부가 잠자리를 따로 하는데 사실 이것도 돈을 벌어 오는 배우자를 위한 최고의 배려입니다. 사남매다 보니 지금도 제가 딸 둘을 데리고 자고, 아들 둘은 엄마와 자는데 정말 자다가 아이들 때문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경우는 일주일에 반도 안됩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어린이집과 학교가 문 닫아 애들이 집에 있다면 삼식이 놀리듯이 하루 종일 간식과 밥 준비하다가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이들 앉고 화장실에서 대소변 보신 경험 있는 아빠는 인정하실 겁니다. 이렇게 힘든 가사노동에 대해 법원에서는 연봉 2400만 원을 책정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점점 가사노동을 많이 인정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증표고, 실제 이혼 소송을 해보면 재산분할에서도 점차 여성의 가사노동에 의한 기여도를 확대해서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TV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인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일반 국민의 경우 이혼할 경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20년 가까이 오랜 기간 혼인생활을 했다면 재산분할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까지 우리 사회가 달라졌습니다.      


가정에서 배우자의 출근과 퇴근 시간 없는 희생과 노고가 있었기에 남편들이 밖에서 오로지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솔직히 집안일에 여성분들이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기사는 많이 보셨을 겁니다. 기사가 거짓이 아니라 실제는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남편으로서 배우자의 그런 배려를 알게 되었다면 배우자에게도 퇴근시간을 주고, 가끔은 외출이나 휴가도 주는 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사실 준다는 말도 잘못된 것이죠. 마치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을 주장할 때 명의는 남편으로 되어 있어도 사실상 부부 공동의 생활을 통해 일궈온 재산이라면 배우자의 지분이 당연히 인정되기 때문에 공동 재산이나 동일한 것과 같습니다. 이미 제가 실행해보고 대성공을 거둔 일이기에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맘 카페에서 엄마들이 배우자를 지칭할 때 많이 사용하는 ‘ㅅㅂㄴ’이라는 글자를 보면 이제는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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