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 화장품 가게를 방문했다. 여러 브랜드 제품들이 판매되는 곳으로 최근 동네 근처에 생긴 곳이었다.
그곳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왔다 갔다 하는 공간도 넓었고 기존 가격에 비해 값싸게 파는 행사 제품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생소한 브랜드도 보였고 화장품뿐만 아니라 미용 기기 및 이너뷰티 등 다양한 제품들도 보였다.
오랜만에 엄마가 아닌 '나'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품들을 구경했다. 화장을 하면 할수록 촌스러워지는 나의 고유한 퍼스널 컬러 덕분에 색조 화장 중에서는 립 제품에만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립 제품들에 눈길이 갔다. 요즘에는 색도 중요하지만 외형도 중요한 것 같다. 캐릭터 그림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처럼 아기자기 모양도 많았고 뚜껑 부분에 귀여운 모양이 각인되어 있기도 했다. 이름도 기가 막힌다. 카피라이더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화려한 모습과 이름들로 채워진 여러 립 제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피로감이 몰려왔다. 비슷비슷한 색감들이 브랜드별로 여기저기 나누어져 있어 '이거 좀 괜찮은데?' 싶다가도 '어 이게 더 잘 어울리나?' 싶었다. 여러 테스트 제품을 다 뽑아다 하나씩 사용하면 다른 구매자의 테스트 기회마저 독차지해 버리는 꼴이니 그럴 수도 없고.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 저녁, 문득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퍼스널 컬러에 따른 브랜드별 립 제품들의 발색샷을 보여준 블로그와 SNS가 떠올랐다. 인플루언서들이 비슷한 색감들을 브랜드별로 동시에 비교하니 그걸 본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화장품 매장에서도 브랜드별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퍼스널 컬러에 따른 색상들을 그러데이션처럼 진열해 두는 것이다. 좀 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외형은 최대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외형에 관심을 가지는 동생을 보며 모든 소비자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무튼 비슷한 색상별로 비교가 가능하니 제품을 고를 때 좀 더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가격 비교도 쉽다. 색뿐만 아니라 질감 비교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구매 시간이 단축되니 립 제품 말고도 다른 제품들도 구경할 시간이 생길 것이다. 또한 퍼스널 컬러별로 구분되어 있으니 단순히 색이 이쁘다고, 외형이 마음에 든다고 덥석 집어 계산하는 착오도 줄어들게 된다. 생각해 보면 식료품점에는 동일한 또는 유사한 제품들이 브랜드와 상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쓰고 있는 립 제품들이 6개나 있어서(내가 직접 구입한 제품 3개, 선물 받은 제품 3개) 제품 구입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다음에 꼭 구입해 보고 싶은 새로운 제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는 경험을 했다. 내가 사업에 소질이 있거나 이런 계열에서 일을 한다면 추진해보고 싶은데 전혀 재능이 없는 분야라 글로 자유롭게 끄적여만 보았다. 그래도 이렇게 진열된 매장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