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영화의 묘미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을 들추다

by 코코 COCO

추리 소설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레 생긴 영화 취향, 반전 요소와 스릴러라는 장르로 만들어진 영화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평이한 순간들 속에 조용히 숨을 고르는 사소한 것들이 모여져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순간이 궁금해 지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속에서는 어떤 연결고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은 고도의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의 첫 반전 영화의 만남은 좋지 않았다. 공포 영화라고 아빠가 빌려오신 영화 '식스센스'를 보고 난 후 '무슨 영화가 이래?'라며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반전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아시리라 믿는다. 그래도 잘 모르는 분들께 보충 설명을 하겠다. '반전 스릴러'하면 추천되는 영화 중의 영화가 바로 '식스센스'다. 다시 말해 그 당시 나는 '반전 스릴러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재미없다고 툴툴댄 거다).

반전 영화의 진짜 묘미를 알고 '식스센스'를 저평가했던 나를 질책하게 한 영화 '디 아더스'였다. 주연 배우 '니콜 키드먼'의 '물랑루즈'를 보고 푹 빠지면서 그녀가 나온 영화가 명절 특선으로 방영한다길래 그 시간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정말 재미있게 봤고 '디 아더스'를 통해 '식스센스'의 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반전 영화 투어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주얼 서스펙트', '메멘토', '파이터 클럽', '세븐', '나를 찾아줘' 등등 유명한 반전 영화를 검색하고 찾아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온몸에 소름 돋았던 영화를 만났다. 바로 '아이덴티티'다. 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모티브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기대하면서 봤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압권은, 결말이었다. 평온함을 끝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으로 반전 스릴러를 본 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게 한 영화였다. 충격 그 자체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공포 영화 속에서처럼 귀신이나 악령 대신 심리적 요인만을 가지고도 사람의 마음을 압도할 수 있다는 걸 달았다. 실제로 전 영화에서는 심리학적 지식이 담긴 내용들이 많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파이트 클럽'이나 '프라이멀 피어', '셔터 아일랜드' 그리고 '13 아이덴티티'까지 그러한 요소들 덕분에 더 재있게 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게일'은 또 다른 면에서 충격을 받았던 반전 영화다.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한 점이 매우 우선 인상적이었고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 속 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 주었.


외국 영화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에서도 반전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다. '의뢰인', '범', '그녀가 죽었다', '내가 살인범이다', '마더', '독전', '아가씨', '올드보이'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억의 밤'이 제일 재미있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가 꺼내졌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몇몇 장면들이 연결되면서 이해되는 묘미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스페인 반전 영화는 반전 요소가 정말 기가 막히니 꼭 보기를 추천한다.'더 바디'를 보고 난 후 반전 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만 같았고 '어떻게 이런 반전을 생각해 낼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큰 기대 없이 봤던 '인비저블 게스트'도 마찬가지. 허를 찌르는 반전이었다. 모두 뒤끝이 꽤 셌다(물론 내 인생에 가장 센 뒤끝은 '아이덴티티'를 보고 난 후였지만). 그래서인지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리메이크되었는데 이미 반전을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깨에 절로 힘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요즘은 친절하고 잘 만들어진 유튜버들의 반전 영화 소개 영상들을 보기도 한다. 화의 반전 소개를 기가 막히게 해 주니 영화 한 편을 좀 더 풍성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영화 속 장면이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 등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평범함을 추구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이중적인 생각에 빠지게 될 때면 나는 반전 영화 한 편을 보며 잠시 쉼을 얻는다. 영화 속에서 거들떠보지 않았던 순간들이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될 때, 존재감이 사라진 것 같은 '나' 역시 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못한 묵직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자존감을 키운다. 선이 결국 악을 이길 때, 비뚤어진 '나'의 마음들을 고치고 지나친 욕심이 파멸을 향해갈 때, '나'에게도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히진 않았나 되돌아본다.


반전 영화가 주는 묘미는 이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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