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시간

적막 속 사색과 충전

by 코코 COCO

작년부터 동생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걷기 동아리 활동'을 올해도 참여하였다. 신청서를 써야 해서 나름대로 신경 써서 그런 건지 참여자가 많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도 참가 자격을 얻게 되었다. 매일 1만보를 훌쩍 뛰어넘는 여러 사람들 틈에서 소소한 걸음수를 찍고 있는 나와 동생이지만 매주 미션을 성실하게 참여한 덕분에 분기별로 시행하는 '우수 동아리'에 연달아 선정되었다.


매주 해야 하는 미션은 다음과 같다. 주 1회 이상 함께 하는 동아리 멤버와 함께 걷기 운동을 하고 인증 사진을 찍어 걷기 동아리 활동 앱 게시글에 올리는 활동이다. 열심히 한 나와 동생은 센터에서 '우수 동아리' 선정 축하 선물을 받아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장에서 출근과 퇴근을 하는 동생이 찾아가기에는 시간적으로 어려워서 전업주부인 내가 가져가지로 했는데 이래저래 나도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큰맘 먹고 시간을 냈다.


전업주부의 삶이 단조로울 것 같지만 요즘 나의 불렛저널에는 다음날로 미룬다는 화살표들이 여기저기에 박혀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방청소를 한 후 잠시 앉아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만의 방법인데 한동안 그런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아이를 재운 후 잠을 자는 시간이 늦어졌고 결국 피로가 계속 쳇바퀴처럼 쌓여만 갔다.


잠이 보약이라고 규치적으로 자고 일어나야겠다고 9월에 굳건한 마음으로 다짐고 의지를 드러낸 글을 썼건만(잠잠잠 잠을 잘 잡시다) 반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흐트러져버렸다. 정작 나는 이러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다니, 정말 어이없는 모순이다. 부끄럽다. 하지만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만 정신적 에너지가 충전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다가 미루고 미루던 센터를 큰맘 먹고 갔던 날, 다른 일을 먼저 보고 센터로 갔더니만 딱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해 버렸다. 센터는 외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서 건물 문은 열려 있었으나 내부 사무실 안은 불이 다 꺼져있고 굉장히 조용했다. 간간히 점심을 먹고 온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살짝 짜증이 몰려왔는데 문득 내가 어쩔 수 없이 쉴 수밖에 없는 시간을 하나님께서 주셨나 보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도 마음에 여유가 피어올랐다. 다행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 오롯이 방해받지 않은 이 순간, 이 고요한 적막 속에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내 머릿속 생각들에 집중하며 글을 쓰고 있다. 창작의 고통은 존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나는 에너지를 얻는다. 의도치 않은 선물 같은 센터 점심시간이 끝을 향해 가고 나의 글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간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색의 시간이 끝나면 감사한 마음으로 '우수 동아리' 선정 축하 선물을 받고 겸사겸사 인바티 측정도 하고 돌아와야겠다. 인바디 결과가 살짝 두렵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 짬뽕 한 그릇 맛있게 먹고 운동 겸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에너지가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기분이다.


참 알찬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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