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준비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기에 맞춰 운 좋게 국립공원 카라반 예약에 성공했다. 부모님 그리고 아직 미혼인 동생과도 함께 하는 대가족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숙소 예약에 성공한 것이다. 작년에도 카라반을 예약하여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던 터라 가족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일정을 조율하며 순조롭게 캠핑 여행 준비를 하게 되었다.
숙소 다음으로 중요한 건 여행 기간 동안 먹고 마실 식재료들을 구입하는 일이다. 매달 가족들과 함께 모은 돈을 가지고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고 동시에 모두의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했다. 상대적으로 시간 활용이 자유롭고 총무를 맡고 있는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가족들의 의견들을 취합했다. 캠핑 여행의 꽃은 고기다. 그래서 저녁은 모두 고기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삼겹살과 함께 처음으로 양념갈비를 구입했다. 시판 중인 다양한 양념갈비 제품 중 내 눈에 확 들어온 건 국내산 갈빗살을 국내산 천연 식재료로만 만들어진 양념에 재운 제품이었다. 30여 년 경력의 조리장이 주문 직후 바로 만든다는 광고 문구도 솔깃했고 무엇보다 후기들이 좋아 믿고 구매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밀키트 제품을 활용했는데 2일 차의 아침 메뉴는 어묵꼬지탕이었다. 원래는 레토르트 짜장 제품으로 덮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작년 여행 때 어묵꼬지가 맛있었다며 의견을 보내주셔서 변경했다. 다만 이번에는 꼬들어묵과 물떡뿐만 아니라 봉어묵을 선호하는 남편의 취향도 반영하여 3종 세트로 준비했다. 가격과 용량뿐만 아니라 원재료 성분도 체크하느라 고민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제품을 구입하고 나니 만족스러움도 배가 되었다.
2일 차 점심은 여행지 주변 맛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평소 잘 오지 못하는 곳이니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는 아빠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전반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남편이 이번에도 맛집을 찾아 주었고 블로그 후기 속에서 찾은 메뉴판을 보며 각자 뭘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3일 차 아침은 엄마 아빠의 취향을 저격한 황태콩나물국과 남편 동생 그리고 나의 취향을 저격한 부대찌개 밀키트를 준비하였다. 황태콩나물국은 재료 손질만 하면 끝이니 밀키트처럼 미리 준비해 두었고 부대찌개 밀키트는 남편이 후기가 좋은 제품을 찾아주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준비는 소소한 식재료들과 간식거리들을 준비해야 했다. 야채들은 최근 집 근처에 생긴 식재료 가게를 활용하였고 과자와 음료, 과일은 나름대로 가격 분석을 하여 동일 제품들을 최대한 싸게 구입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집 주변 마트들을 돌아다니며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함께 해 준 동생이 존경과 경악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 모임 비용을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사용하려는 내 의도를 이해해 주고 수고를 인정해 주었다.
쌀과 김치 마늘 등 집에 있는 재료는 엄마와 함께 준비했는데 가장 신경을 썼던 건 쌀 준비였다. 매번 지은 밥과 쌀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최대한 잘 맞춰서 가져갈 생각이었다. 먼저 집에서 쌀컵을 가지고 쌀의 양에 따른 밥 공기수(인분 수)를 찾았다. 그 결과, 1컵당 2인분의 밥이 지어진다는 걸 알았고 그 비율에 맞춰서 쌀을 준비했다.
일주일 시간 동안 하나하나 준비를 하였고 여행 당일,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고기가 생각보다 부족해서 추가적으로 여행지 근처에서 2차 식재료 구입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구입량이 적절하여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고른 식재료에 불평불만 하나 없고 맛있다고 즐겨주신 부모님과 남편, 동생 그리고 아이 모두에게 고마웠다,
최근 여름휴가 여행 때까지만 해도 여행 당일 날, 마트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구입했던 터라 이렇게 계획적으로 꼼꼼하게 준비한 건 처음이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이것저것 비교하고 따지다 보니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고 함께 해 준 가족들 덕분에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여행 식사준비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잘 알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족들의 취향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접 해 먹는 요리를 더 선호하실 줄 알았던 아빠의 여행 식도락, 예상치 못했던 엄마의 어묵꼬지탕에 대한 맛있는 추억, 최근 쌈채소 매력에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 동생과 아이, 양념 갈비를 생각보다 많이 좋아한 남편의 모습을 보며 다음 여행 때에도 잘 반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가족 여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