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올리오'와의 만남
나는 여러 면에서 '알리오올리오'가 좋다. 파스타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식감을 선호하지 않았던 내게 초록불을 반짝이며 다가온 '알리오올리오'는 그 식감마저 사랑하게 만들었다.
'알리오올리오'를 처음 만난 건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서로 다른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오랜만의 만남에서였다. 저녁을 사주겠다며 파스타 전문점으로 이끈 친구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파스타를 주문해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먹어봤던 것이라고는 빨간 토마토소스와 미트볼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급식실의 스파게티뿐이라 뭘 골라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친구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답시고 가장 저렴한 '알리오올리오'를 골랐다.
그 선택을 지켜본 친구는 자기도 '알리오올리오'를 좋아한다며 그거랑 피자를 고르자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설명하는 친구의 말에 '알리오올리오'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파스타 중에서 '알리오올리오'를 맛있게 만드는 파스타 가게는 믿고 먹어도 된다는 말이 있어. 가장 적은 식재료들을 가지고 맛을 내야 하거든."
처음에는 가장 가격도 저렴한 '알리오올리오'가 그 이상의 가격표가 붙여진 여러 파스타의 맛을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뒤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최소한의 재료들을 활용해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면 다양한 맛을 돋우는 식재료들을 이용한 파스타가 맛없을 이유가 없다. 또한 맛이 단조로운 만큼 면의 삶기와 전반적인 맛의 조화 여부를 더 판단하기 쉬워진다. 점점 '알리오 올리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몇 분 후, 드디어 '알리오올리오'와 마주하는 순간, 천천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리오올리오' 주변에는 마늘 슬라이스들이 보였고 한가운데에는 빨간 페퍼론치노 입자와 파슬리 가루가 뿌려진 상태였다. 면은 올리브오일에 둘러싸여 윤기가 잘잘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짝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 입에 넣었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았다. 알싸한 마늘과 페퍼론치노의 맛과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과하지 않은 짭조름한 맛도 파스타의 풍미를 한껏 살려주었다. 기대 이상이었고 퍽퍽하고 툭툭 끊기던 급식실의 빨간색 파스타와는 다른 차원의 파스타였다.
그 이후로 파스타 전문점에 갈 때마다 나의 선택은 늘 변함없이 '알리오올리오'가 되었다. 종종 지인들이 '여기 알리오올리오가 맛있다'면서 추천해 주기도 했다. 기름 위에 살짝 담겨있는 형태에서부터 비교적 건조한 느낌의 알리오올리오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알리오올리오'를 먹었고 각기 다른 매력과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알리오올리오'에게 빠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알리오올리오'를 향한 나의 감정은 단순히 '맛있다' 이상의 감정이었다. 바로 답을 얻진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알 것 같다. 화려하지 않고 재료도 소박하지만 깊은 고유의 맛을 내면서 자신을 담담하게 드러내는 '알리오올리오'의 모습 때문이라는 것을. 담백하면서 정도를 잃지 않는 그 모습에 매료된 것이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면서도 때때로 화려한 것들에 눈길이 가고 타인의 삶에 내 삶을 비추어 비교하기도 하지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르다. 앞으로의 10년은 더욱더 달라질 것이다. 담백하면서 정도를 잃지 않은 모습에 가까워질 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