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맞이하는 자세
이제 슬슬 달력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나에게 달력은 탁상에 두는 형태일 것, 일정 계획을 기록하고 확인하는 기능이 충분할 것, 딱 2가지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되었다. 표지의 그림이나 전반적인 디자인은 크게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달력을 따로 구입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내가 쓰기 위함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로 주기 위함이었다.
전업주부가 된 지금은 은행에서 제공해 주는 달력을 열심히 활용하고 있다. 11월이 되면 곳곳의 은행에서 달력과 가계부를 나눠주기 시작한다. 다만 은행별로 배부 일자가 상이하고 거래를 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헛걸음하지 않게 잘 알아보고 은행에 방문해야 한다.
26년도 달력을 받은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살펴보며 정보를 확인한 후 집 근처 은행에 방문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던지. 애써 아닌 척 담담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은행원에게 탁상 달력과 가계부를 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내 신원이 확인된 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깨끗한 표지의 달력과 가계부를 보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공짜를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심지어 새해를 맞이해서 준비한 첫 물품이라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탁상에 두고 쓸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달려과 꼼꼼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디자인된 가계부에 빨리 뭐라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내년에 맛있게 먹기 위해 겨울이 찾아오면 우리나라에서는 김장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처럼 뭔가를 기록하고 확인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년도 달력 준비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일과 기념일 등을 미리 기록하면서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매 순간 새롭게 주어지는 일정들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11월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 이제 정말 25년이 끝나가고 있다. 끝맺음에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오는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마무리하고 싶다. 내게 온 달력아 우리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