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를 하다가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네트망 사진 걸이에는 내 짝꿍과 연애하던 시절부터 결혼 후 그리고 아이의 사진이 걸려있다. 신혼집을 꾸밀 때 짝꿍이 사자고 해서 사게 된 건데 사실 나는 왜 이게 굳이 필요하나 싶었다. 결혼 준비로 찍은 사진 액자가 있었고 핸드폰 앨범 사진으로 보면 그만인 것을.
사실 나는 애초부터 사진으로 뭘 남기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진으로 남기기보단 두 눈에 가득 담아 머릿속에 저장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즐거웠고 인상적이었던 추억들은 굳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남아있는 터라 사실상 사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의도치 않게 자주 보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점점 바뀌어갔다. 사진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짝꿍과 함께 추억을 자주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즐거웠던 추억들을 함께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꿈꾸는 과정이 좋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둘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데 사진을 통해 알콩달콩했던 추억들을 잠시 떠올리면 그 알콩달콩함이 사실은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최근 중구난방으로 붙여져 있는 사진들을 다 떼어내고 다시 일정한 간격으로 꽂았다. 확실히 더 깔끔하고 눈에 확 들어왔다. 다소 뒤죽박죽 섞여있던 추억들도 사진과 함께 정리가 되었다. 방청소를 목적으로 한 사진 정리였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어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짝꿍도 아이도 모두 사진이 잘 정리되었다며 좋아해 줬다.
에겐녀 같은데 생각보다 테토녀인 내가 테토남 같은데 생각보다 에겐남 같은 짝꿍 덕분에 기차 마을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돌아다녔고 바닷가 모래 위에 우리의 이름을 적은 후 그 사이에 하트도 그려보았다. 구입하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절대 내 의지로는 사지 않았을 핸드폰 삼각대 덕분에 둘만의 여행에서도 함께 사진 속에 예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사진 속 추억은 머릿속 추억과는 또 다른 매력이 분명 있다. 2026년에도 나와 짝꿍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사진 속에 많은 추억들을 차곡차곡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