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고르다가 문득 그의 신작이 있는지 궁금해져 검색해 보니 따끈따끈한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가 많아 이미 여러 명이 예약된 상태라 예약 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내게로 왔다.
책을 펼쳐 읽어보니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등장인물이 사건을 풀어나가 신선했다. 심지어 베일에 싸인 인물들로 '탐정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이름도 서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그저 무미건조하게 의뢰인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추리 소설의 핵심은 어찌 됐든 사건 트릭을 설명하는 과정이니까.
다만 장편인 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이었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바쁘게 지나갔던 새해 초에 잠시 쉬어가며 긴 호흡으로 한 권을 읽고 싶었는데. 막상 생각해 보면 탐정과 그의 조수가 나누는 대화도 없는데 장편 소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긴 할까 싶기도 하다.
단편 소설의 경우, 이야기가 짧기 때문에 긴장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고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뭔가 더 있으면 했는데 뚝 끝나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짧은 글 속에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참신한 트릭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인정한다.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머릿속에서는 이 수많은 트릭들을 어떻게 구상하는지 궁금하다.
장편 소설은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고 나오는 등장인물의 수도 다양하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챕터별로 설명되기도 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읽다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라고 할 수도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능력 있는 작가들은 챕터 하나하나 그냥 두는 법이 없다. 조금씩 얽히고설키게 연결시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중하면서 읽게 된다.
단편 소설은 틈틈이 읽어도 무방해서 짧은 시간으로 쪼개어 읽을 수 있다. 장편 소설은 큰맘 먹고 시간을 내지 않으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치게 된다. '장편 드라마처럼 끊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냐?' 싶겠지만 눈앞에 뒷 이야기가 활자로 적혀있는데,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은 북러버에게는 특히 추리소설 마니아에게는 최악이다.
하지만 결론은 나는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모두 좋다. 장편은 장편대로 단편은 단편대로 상황에 맞게 읽으면 된다. 늘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 많은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들이 나의 머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올 2026년에도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