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과 고추장
시부모님 댁에서 시금치를 한가득 가지고 올라오던 날 시금치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간장이나 된장을 활용했고 최근 나의 핫 아이템이 되어 준 들깻가루도 넣어 봤지만 뭔가 부족했다. 좀 더 다른 맛의 시금치나물을 먹고 싶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고추장'을 활용하는 꿀팁을 알게 된 나는 고추장을 양념 베이스로 하여 시금치를 무쳐 보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비빔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양념장은 고추장이고 들어가는 속재료들 중에 시금치가 있건만 왜 여태 고추장에 비벼 먹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글을 쓰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무튼 고추장에 잘 비벼진 시금치 위에 들깻가루를 솔솔 뿌려주니 기가 막힌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된장과 고추장은 메주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시작되기에 궁극적인 맛은 같으나 미묘한 맛 차이가 있다. 그러니 취향껏 고르면 된다. 어차피 시금치는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오늘은 된장 베이스로 내일은 고추장 베이스로 양념으로 활용하면 된다. 다만 나는 그동안 자주 된장 베이스를 활용했기에 이번에는 고추장 양념으로만 만들었다.
된장 양념은 짭조름한 맛이 있는 반면 고추장 양념은 달짝지근한 맛이 은은하게 퍼졌다. 자칫 많이 먹고 맵다 할 판이었다. 된장이 우직하고 든든하다면 고추장은 매력 있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주었다. 그래서 고르는 재미가 있고 즐기는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비슷한 것 같지만 확연히 달라지는 결정과 선택의 순간은 어렵고 버겁다. 하지만 이 또한 고르는 재미가 있고 즐기는 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좀 더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새롭게 시작하는 봄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지만 점점 빠져드는 봄이다. 벚꽃 날씨가 된 요즘, 고추장 양념으로 무쳐진 시금치나물의 색다른 매력처럼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나를 변화시켜 줄 색다른 매력을 꼭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