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콩나물잡곡밥
나는 흰색으로 가득한 쌀밥보다 잡곡이 들어간 밥이 좋다. 주로 검은콩을 넣는데 이건 엄마의 영향이 매우 매우 매우 크다. 어릴 때부터 먹어서인지 거부감도 없다. 쌀에서 부족한 라이신이 콩으로부터 보충받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콩에서 부족한 메티오신이 쌀로부터 보충받을 수 있다는 걸) 대학교 수업 때 알게 되면서부터는 더욱더 챙겨 먹었다. 지금은 현미와 카무트도 넣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색깔과 크기를 지닌 알갱이들이 흰 도화지 같은 쌀밥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는 내 입 안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그 느낌이 좋다. 함께 살아있고 숨 쉬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내게 곤드레, 톳, 가지 등의 야채를 넣어서 밥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정확한 기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현재 기억으로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처음 만났던 것 같다. 비빔밥이 아닌 기본 밥에서 콩나물들이 있는 게 신기했다. 거기에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니 세상에나.. 이런 맛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해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그냥 밥 지을 때 콩나물도 함께 넣어주면 끝이다. 하지만 나는 더욱더 간단하게 해 먹는다. 바로 밥과 콩나물을 따로 준비해서 함께 섞어주는 방법이다. 큼직한 그릇 안에 잡곡밥 1 공기 투하, 데쳐서 잠시 식혀 둔 콩나물 투하 그리고 양념장 투하하여 열심히 비벼준 뒤 입안으로 투하. 따로 거창하게 콩나물밥을 만들 필요가 없고 원할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언제든지 원할 때 10분 내외로 맛있는 콩나물밥을 내 밥상 위에 올릴 수가 있고 나처럼 잡곡도 추가된 콩나물잡곡밥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 늘 따라오는 단어가 '바쁜'이라지만 왜 쉬는 요즘도 나는 여전히 바쁜지 모르겠다. 분명 몸 회복을 위해 쉬고 있는 건데 눈을 뜨면 어느새 잘 시간이고 '오늘 내가 할 일' 목록은 넘쳐나기만 한다. 해야지 해놓고 다른 일에 밀린 일도 많다. 묵묵히 해나가긴 하지만 가끔은 답답하다. 왜 이럴까?
그래도 밥은 늘 제 때 챙겨 먹고 있다. 지금 뿐만 아니라 혼자서 첫 자취를 할 때에도 나는 청소는 미룰지언정 밥은 꼭 챙겨 먹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집밥은 나의 마음에 여유가 생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중 콩나물잡곡밥은 내가 그 여유로움을 좀 더 느끼라고 말해주는 따수운 밥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중에 콩나물잡곡밥이 떠오른 오늘, 맛있게 만들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