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열무김치비빔국수

by 코코 COCO

내 짝꿍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훌륭하게 키워주신 어머니께서 무농약으로 키운 열무로 만든 김치를 담가 주셨다. 내 짝꿍은 차에 김치 국물이 흘리고 냄새가 베였다고 툴툴댔지만 내 입장에서는 자타공인 요리 실력을 보유하신 어머니의 김치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뚜껑을 열기도 전부터 맛있을 것만 같은 김치통을 바라보니 쫄깃하게 삶은 국수 위에 열무김치와 김치 국물 그리고 소량의 양념장으로 비벼진 열무김치비빔국수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름만 들어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쏘옥 들어갈 것만 같은 시원함이 느껴지는 열무비빔국수를 만드는 건 라면 끓이는 것만큼이나 쉽다. 우선 물이 정신없이 보글거리며 끓어지게 될 때 적당량이라고 생각되는 국수를 넣어준다. 뭔가 부족할 것만 같아 조금만 더 넣고 넣다가 보면 결국 엄청난 양의 국수를 삶게 되는데 다행히도 단 한 번도 남겨서 버린 적은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그리고 삶은 과정에서 한 번씩 공기와 마주하게끔 물속에서 국수를 건지는 작업을 하는데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뭔가 더 쫄깃할 것만 같아서 여태 그렇게 하고는 있다. 다 삶아진 국수를 시원한 물로 식혀주는 것도 식감보다는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하는 게 더 큰 이유다. 아무튼 이렇게 만들어진 국수를 큰 대접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게 한 뒤 그 위에 열무김치와 국물을 넣어준다. 국물이야말로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넣어주는데 나는 열무김치 본연의 맛을 잃고 싶지 않기에 아주 소량만 넣어준다. 고추장에 내가 원하는 새콤한 맛이 될 때까지 식초를 넣어준다. 초장을 이용해도 상관없다. 그 이후로는 본인이 원하는 맛(단맛이나 매운맛)에 따라 양념 재료를 더 추가하면 된다. 나는 열무김치 본연의 맛이 국수와 어울리기를 원하기 때문에 더 이상 넣지 않는다.

이렇게 완성된 열무김치비빔국수를 먹기 전부터 완벽하게 비벼 먹어도 되고 조심스럽게 국수와 열무김치를 들어 올려 먹어본 뒤 비벼 먹어도 좋다.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맛이 더위를 뚝 떨어지게 해 주니 여름에 적합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음에 열이 날 때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열무가 그 열을 뚝 떨어지게 해 주니 힘든 마음에도 적합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후루룩 거침없이 넘어가는 국수처럼 답답한 상황이 뻥뻥 뚫릴 것만 같다.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에 답답함이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길쭉길쭉하게 쑥쑥 자란 열무를 먹다 보니 과감하게 내게 주어진 길을 쭉쭉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가볍고 깔끔한 열무김치 국물의 맛처럼 복잡한 생각들은 깔끔하게 내려놓고 한없이 가볍게 내 모습을 바라봐도 괜찮을 것 같다. 후루룩 그 상황을 그냥 삼켜도 별일 안 생길 것 같다.


집밥은 식재료 하나하나 직접 만져가며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내게 말해주는 것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완성된 음식을 맛보며 위로를 받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어서 오늘도 이렇게 먹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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