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김치볶음밥
조상님들께 단 한 번의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다면 나는 '김치'를 후손들에게 남겨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김치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한국인의 밥상이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음식이기에 이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는다.
김치는 종류만 해도 지역에 따라 같은 김치라 하더라도 들어가는 식재료들이 정말 다양하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가능하고 김치가 들어가는 요리라면 맛에 대한 고민은 내려놔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처럼 한국인에게는 김치가 부족해서는 절대 안 되기에 그다음 해에 먹을 김치를 담그는 날(김장하는 날)이 존재한다. 요즘은 김치를 구입해서 먹는 경우도 많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추위가 시작되면 집집마다 김치를 담글 가족들이 모이거나 동네 이웃들과 품앗이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김치볶음밥은 김치를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로 특히 자취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첫 자취를 했을 때 자주 해 먹었던 단골 메뉴였는데 내 짝꿍 또한 자주 해 먹은 음식이라고 했다. 한국의 부모님들께서는 다른 건 몰라도 김치만큼은 반드시 챙기는 반찬이기 때문에 김치를 싫어하지 않는 이상 한 번씩은 해 먹었을 것이다.
만드는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재료도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냉장고를 열고 보이는 야채들을 잘게 다져서 넣으면 된다. 계란 프라이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노른자 상태(반숙 또는 완숙)에 맞춰 준비하면 되고 따로 준비하기 귀찮다면 김치를 비롯한 여러 재료들을 볶을 때 같이 넣어줄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건 어차피 똑같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거라면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도 단순 그 자체이다. 우선 냉장고 문부터 연다. 눈앞에 보이는 당근, 양파, 대파 그리고 최근 값이 두 배로 뛰었다가 겨우 예전 가격 수준으로 떨어진 애호박을 빼낸다. 상황에 따라 다진 돼지고기도 함께 넣어준다. 내 짝꿍은 반드시 햄을 넣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 먹을 때는 넣지 않는다.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한번 휘리릭 흘려주고 그 위로 김치와 야채들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고 타지 않게 열심히 손목을 휘저으며 볶아준다. 그다음엔 밥을 넣는다. 또다시 눌리지 않게 온 힘을 다해 재료들을 휘저으며 볶아준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재료들이 김치로 인해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된다.
완성된 김치볶음밥은 특별히 밥그릇에 담아 꾹꾹 눌러 담고 넓적한 접시 위에서 톡톡 가볍게 흔들어주면 동산 모양의 볶음밥이 툭 하고 내려앉는다. 그 위에 요염하게 앉아있는 반숙의 계란 프라이를 올리면 끝. 노른자를 톡톡 두들겨 흘러나오게 한 뒤 김치볶음밥에 살살 비벼 먹으면 되는데 반드시 그 한 숟갈에는 김치가 들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김치볶음밥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다. 완숙이든 야채들과 섞여있든지 반드시 반드시 김치가 함께해야 한다.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김치에게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김치는 담그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김치가 익어가는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른 반찬에 비해 길고 들어가는 식재료도 천차만별, 맛도 천차만별이다. 사람도 세상에 태어나 자라 성인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들도 천차만별,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김치가 다양한 요리에 다양한 방법으로 쓰이듯이 사람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쓰인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김치를 좋아한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자기만의 속도로 하나씩 이루어가는 김치를 보며 내 삶에서 우울한 부분을 위로할 수 있고 다양한 김치들을 보며 멋지고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 삶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어서 좋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 멈춤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늘이지만 김치가 늘 함께하기에 나는 여전히 맛있는 한 끼를 먹으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