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팽이버섯덮밥

by 코코 COCO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팽이버섯덮밥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꿀맛이라고 소개되길래 저장 버튼을 꾹 눌렀다. '간단하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팽이버섯이 가득한 덮밥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소개하지 못하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은 '다이어트 요리로 손색이 없다'라는 말에 솔깃해서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오늘의 집밥 요리로 택했다.


점점 커지는 나이 숫자와 정비례하여 오르는 군살들이 꽤 스트레스다. 나이 먹어서 찌는 살은 징글징글하게도 안 빠진다는데 경우에 따라 다를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모태 마름 인간이었던 나도 살이 올랐다. 겨우 조금 덜어냈을 때 수술을 했고 몸 회복이 우선이다 싶어서 먹고 싶은 대로 먹었더니 결국 원상 복귀가 되어버렸다.


아직 예전 체력으로 돌아오지 못해 무리해서 운동하는 건 좋을 것 같지 않아 군것질하지 않고 과식하지 않고 적당히 먹자는 게 현재 목표인데 은근슬쩍 '다이어트에 좋다'라는 말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쏠린다. 그렇게 알게 된 팽이버섯 덮밥은 반짝이는 빛으로 다가온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원래부터 버섯이란 버섯은 종류 상관없이 다 좋아해서 팽이버섯덮밥이 반갑기도 했다. 심지어 팽이버섯은 가격도 저렴하다. 천 원 내외의 가격으로 두 봉지나 구입할 수 있다. 가격에 비해 영양 성분은 또 얼마나 풍부한지 모른다. 잘게 썰어도 좋고 통째로 넣어도 먹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데 실로 마땅한 식재료다.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팽이버섯덮밥의 첫 시작은 대파와 다진 마늘이다. 포도씨유를 가볍게 한 번 휘두른 프라이팬 위에 사정없이 다져진 마늘과 대파를 맘껏 넣고 볶는다. 향긋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취하려고 할 때쯤이 되면 얇게 썬 양파를 넣어준다. 덮밥에 양파는 언제나 길쭉하고 얇게 잘라줄 것! 간이 촉촉하게 베인 양파는 한번 먹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으니까.


거기에 지방이 적고 살코기로 이루어진 돼지 다짐 고기를 소량 투하했다.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고기는 또 먹고 싶어서 넣었다. 살짝 지방이 가미된 우삼겹이나 대패 등 다른 부위나 소고기를 넣어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팽이버섯을 넣고 숨을 죽인 후 간장 2스푼, 연두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그리고 맛술 1스푼을 넣고 재료들에 잘 베이도록 살살 섞어주었다. 조려주면 된다는데 내 눈앞에 있는 프라이팬 속을 보니 타지만 않게끔 볶아주면 될 것 같았다.인스타그램에서는 굴소스도 넣어줬는데 나는 묵직한 맛보다 살짝 가벼운 느낌의 덮밥이 먹고 싶어서 굴소스는 과감하게 제외시다.

그리고 덮밥의 꽃인 계란 노른자를 위해 나는 반숙을 택했다. 생 노른자를 넣을 수도 있었지만 살짝 거부감이 들어서 반숙을 했는데 완숙파인 내 입장에서는 이것도 많이 양보한 거다. 이왕이면 예쁜 동글이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4구 프라이팬을 이용했다.


그릇 한가운데 갓 지은 밥을 넣고 그 위에 팽이버섯볶음 재료를 올린 후 동그란 계란 프라이를 모자를 씌운 것처럼 살포시 그 위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깨를 솔솔 뿌려주면 끝인데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깨를 쏟아부었다. 깨를 사랑해서 정말 다행이다.


덮밥을 먹을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밥과 덮밥 소스 그리고 덜 익은 계란 노른자가 삼합을 이루어 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일 것이다. 가장 긴장되면서도 가장 기대되는 그 순간의 떨림이 좋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천천히 씹어본다. 입 안에서 일어나는 맛의 화학 작용이 긴장감을 멈추게 한다.


마음 깊은 속에서 행복한 감정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그릇을 조금씩 비워내기 시작했다. 버섯류 중에서도 제일 마른 게 팽이버섯이니까 정말 살이 안 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도 모르게 살에 예민할까.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몸에 난 혹이 암이냐 아니냐로 불안한 생활을 해 놓고, 암이 아니라는 결과로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던 나는 어디로 가고 고작 살쪘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살이 찔까 봐 걱정하는 그 복잡하고 괴로운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잇살이 무섭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안쓰러움으로 가득해진 내 마음을 싹싹 긁어 비워내고 팽이버섯덮밥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까짓것 다이어트에 좋다는 팽이버섯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맛깔나게 만들어서 먹어주지 뭐. 운동도 좀 해주고.


삶은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버리기 시작하면 한없이 단순해지는 게 삶이다. 다음번에는 팽이버섯을 더 왕창 넣어서 맛나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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