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목살 스테이크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음식을 생각한다면 돼지고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공유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돼지고기는 구입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늘 해왔던 메뉴들로 번갈아가며 먹던 중 오늘은 돼지고기로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보다는 특별함을 원하는 마음이 더 컸는지 시도할 생각도 없었던 스테이크. 바로 집을 나서서 단골 정육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동생과 함께 할 예정이었는데 양식 조리사 자격증 소유자이기에 내 나름대로 큰 용기를 낸 선택이었다.
내가 애용하는 정육점 사장님의 고기들은 잡내도 없고 맛도 좋다. 거기다가 넉살 좋은 사장님의 말과 인심이 곁들여지니 고기가 절로 목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로 스테이크를 해 먹으려고 한다고 하니 목살을 두툼한 크기로 썰어주셨다.
처음으로 도전한 스테이크이다 보니 속살이 잘 익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정육점 사장님이 알려주신 방법을 생각하며 고기를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그리고 앞뒤로 강불에서 바짝 구웠다. 고기는 금세 노릇노릇 익어질 때쯤 강불에서 약불로 조절한 뒤 뚜껑을 닫았다.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고 그 안에 머금을 수 있도록 약불로 천천히 돼지고기 속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잘 익어진 고기의 냄새가 날 때쯤 가위로 두 조각씩 잘라냈다. 가위질이 잘 되면 속살도 잘 익은 것이라는 내 나름의 판단에 따라 1~2분 정도 더 구운 후 그릇에 옮겼다. 그리고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의 재료는 다진 마늘, 간장, 올리고당 그리고 식초다. 먼저 다진 마늘에 간장과 올리고당을 1:1 비율로 넣고 식초를 1/2 스푼 넣어 잘 섞어주었다. 그리고 앞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한 프라이팬에 넣고 물을 3스푼 넣어준 뒤 약불로 졸이며 다진 마늘을 익혀주었다. 목살과 함께 챙겨주신 파채도 마지막 단계에서 함께 넣어줬다.
파채 특유의 향이 점점 올라오자 '성공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만함이라기보다는 안도감으로부터 온 것이리라. 고기 위에 소스를 뿌려주는데 어찌나 먹고 싶어 지는지. 하마터면 가스레인지 옆에서 손으로 주워 먹을 뻔했다.
가지런히 올려진 고기 한 점을 잘라먹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탄과 감탄과 감탄과 감탄. 먹으랴 말하랴 내 입이 너무 바빴지만 이렇게 즐거운 바쁨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위아래로 바싹함 속에 감춰진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이 입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그때의 감동은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처음 만드는 소스라 맛이 부족할까 봐 시판 돈가스 소스도 함께 먹었는데 소스가 뭐든 고기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뭘 찍어먹든 맛있게만 느껴졌다. 다행히 동생도 맛있다고 말해줬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을 수도 있었던 스테이크를 해낸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시켜 먹었을 수도 있었고 밀키트 제품으로 구입했을 수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도전했고 해냈다. 일을 그만둔 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앞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쌓여만 갔다. 그런데 오늘 목살 스테이크를 해 먹는 과정을 통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음을 깨달았다.
그냥 해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