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대패삼겹살야채찜

by 코코 COCO

인터넷이나 SNS를 둘러보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생각해 보면 1인 1 직업의 시대가 아니니만큼 놀라워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요즘이다.


덕분에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집밥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에게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 가지 음식에 대한 조리법이 다양하니 내 입맛대로, 내가 하고픈 대로 해도 실패할 가능성도 적다. 적어도 나에게는!

며칠 전 나는 우연히 SNS에서 굉장히 멋진 음식을 발견했다. 야채들을 냄비에 담아놓고 그 위에 대패 삼겹살을 정갈하게 올려놓고 그 상태에서 열을 가해주면 끝인'대패 삼겹살야채찜'이었다. 나는 이 요리를 보고 '뭔 이런 요리가 다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집에 있는 야채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주요 야채 재료는 숙주와 배추였는데 집에 없는 숙주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알배추와 청경채 그리고 시금치를 씻어내 냄비 위에 겹겹이 쌓아 올렸다. 버섯도 있었다면 심 넘치는 사장님처럼 올려줬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냄비 뚜껑을 닫고 중불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면 끝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야채들과 대패 삼겹살의 진국 냄새가 코를 스치니 자꾸만 뚜껑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조금만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들썩이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 위로 내려놓았다.


힘을 주고 누워있던 대패 삼겹살들이 노곤해진 상태임을 확인한 후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냄비째 식탁에 올려두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들뜬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고기와 야채 한 점을 집어 먹어보니, 그래 이거다.


삼삼하지만 야채와 고기에서 나오는 천연 조미료들의 조화가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에 쌈장을 콕 찍어 먹어도 좋았다. 와 이렇게 멋진 음식을 세상에나 이렇게 쉽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싶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제는 '분초사회'라고 불리는 오늘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린 먹는 음식에도 더 빠른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법, 빨리 먹을 수 있는 대신 감당해야 하는 여러 위험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공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들이 얼마나 피, 땀, 눈물을 흘렸나. 다만 가끔은 남이 아닌 내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바쁘디 바쁜 사람에게 한가하게 요리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만들어 먹어보는 경험도 했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물론 나는 귀찮아서 이런 메뉴들이 좋지만 말이라는 건 원래 하기 나름이니까 이렇게 해 주면 좀 더 그럴싸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적어본다. '솔직한 마음'이라고 쓸려다가 양심이 찔려 '솔직한'은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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