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지만 진지한 고백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코코 COCO

발칙하지만 진지한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소소한 일상을 쓰고 싶다. 나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고 글 쓰는 재미를 좀 아는 아이였다. 어쩌다 보니 학교에서 받았던 대부분의 상장들은 글쓰기를 통해 받았고 내 생각을 자유로이 글로 옮기고 감정을 토해내며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라는 앱을 통해 글쓰기 전용 앱의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다. 책 한 권 내지 못한 나였음에도 '작가'라는 호칭을 불러주는 '브런치'가 점점 좋아졌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는 욕구가 발효하는 빵반죽처럼 부풀어 올랐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무의식의 세계로 보내버렸던 꿈을 의식의 세계로 다시 끄집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 노벨 문학상 후보에 늘 오르고 전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를 제대로 등단하지도 않은 아마추어 작가인 내가 롤모델로 삼을 수가 있을까? 원래 나는 그가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라 생각했다. 그의 베스트셀러 책들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이라는 제목이 내 손길을 붙잡았다.


책장을 넘기며 내용에 몰입하다가도 깜짝깜짝 놀랐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었다. 안경을 쓰고 차마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지닌 작가라 생각했건만 에세이 속 그의 이야기는 마치 글 내용만 보면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중년의 아저씨 같았다. 나는 낯선 사람과 불쑥 말을 거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먼저 말을 건네고 싶어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유머 감각도 있었고 중간중간 촌철살인을 날리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푹 빠져버렸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글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토끼정 주인'에 관한 이야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내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내적 친밀감도 느낄 수 있었다. 타인에게 불필요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저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그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많지 않은 메뉴였지만 꼭 먹고 싶어 지게 만드는 음식 소개도 좋았다. 후에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으로 쓴 단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완벽하게 '무라카미 하루키'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거창할 거 하나 없는 소소한 일상도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그의 에세이를 통해 비로소 나는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글이 오히려 누군가의 마음에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런 퇴사를 하고 건강 회복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늘 정신없고 서툰 '전업주부'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나'의 시간은 단조롭게 흘러가는 매일이 서글프고 지루해질 때면 어김없이 '브런치' 알람이 울린다. 번듯한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타자기를 두드리던 '나'는 과거가 되었고 주방의 식탁이나 거실의 탁상 위에서 손바닥보다 살짝 큰 핸드폰을 거치대에 세운 후 블루투스로 연결한 타자기를 두드리는 '나'가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때만큼은 일하던 시절보다 더 몰입하는 '나'만의 시간이다. 발행 후 울리는 '라이킷' 알람 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경쾌하다. 나보다 더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 분들께 '감히 내가?'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잘 써 내려가겠다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의 고백은 발칙하지만 진지하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동네에서 만날 법한 작가이고 싶다. 분명 글을 읽는 중에는 부담스럽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였는데 읽고 나면 여운이 남고 자꾸 떠오르는 글을 쓰고 싶다. 바쁘게 살아하는 삶 속에서 고단한 삶 속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힘이 나의 글 속에 깃들어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작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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