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서

by 코코 COCO

요 근래 자주 가는 곳이 있다. 아이는 그곳을 키즈 카페라고 부른다. 사실 그곳은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곳으로 알려진 유료 실내 놀이 공간은 아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실내 놀이 공간이다. 주중에만 운영하고 거리가 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오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먼 거리는 아니기에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하다.

이곳을 알게 된 건 1년 전 동생이 내게 보낸 카톡을 통해서였다. 블로그에 적힌 후기글을 보내줬는데 괜찮아 보였다. 다만 걸어서 갈 순 없어서 조금 아쉬워하던 찰나에 직장인인 동생이 조만간 연차를 쓸 예정이라며 가볼 의향이 있다면 차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킨 후 동생의 도움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블로그에서 봤을 때보다 공간도 작았고 놀잇감도 적었다. 하지만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즐거워하며 그 작은 공간 곳곳을 탐색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계속 동생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는데 아직 아이가 버스에 탑승하기에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택시도 역시 마찬가지. 그런 생각이 드니 그곳을 다니기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내 기억에서 점점 잊혔다. 그런데 최근 그곳이 다시 생각났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매번 키즈카페에 데리고 갈 수도 없으니 예전에 갔던 거기라도 한 번 가볼까?'


이제는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다녀온 경험 덕분에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어려울 것만 생각했던 일을 해내고 나니 이제는 다른 도전도 할만한 것이 되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 봐야 한다. 그래야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키즈 카페를 간다는 말에 신이 난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신나게 걷다가 안아달라고 했다가 또다시 걸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언제 버스가 오냐고 내게 묻고 또 물었다. 버스를 탑승한 후에는 언제 내리는지 내게 계속 물었다. 이따금 큰 소리로 바깥 풍경에 대해 감탄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에게 '버스에서는 조용해야 한다'는 말을 10번 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함께 탑승한 분들이 이해해 주시고 아이와 인사까지 해 주셨다(정말 감사드립니다).


낯선 길을 걷고 걸어 드디어 1년 만에 놀이 공간에 도착하니 꽤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와 비슷한 또래가 1명 있었지만 다들 어린 친구들이었다. 아이도 조용히 왔다 갔다 하며 주변을 탐색하기만 했다.


'아이에게 너무 수준이 낮은 놀잇감들인가. 지루해하려나? 어쩌지.'


괜히 내가 돈 몇 푼 아끼려고 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는 안 오더라도 오늘은 아이가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에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았다. 놀잇감도 먼저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러자 아이도 점점 활발하게 움직이며 놀았다.


끝나는 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만큼 재미나게 놀고 온 아이는 내게 즐거웠다며 고맙다고 했다. 아이가 이제 제법 말을 잘하니 이런 말도 듣는다.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기특하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우려했던 상황이 아이에게는 별문제가 없었다는 생각에 놀라웠다.


아이는 그 이후로도 종종 이곳에 가고 싶다고 내게 말했고 그럴 때면 나는 아이와 함께 그곳에 갔다. 이제는 도착하면 신나게 달려서 신발을 훅 벗고는 이내 모습을 감춘다. 나는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아이의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챙겨 온 짐을 보관 공간에 둔다. 그리고 바로 두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아이가 이곳을 지루해하고 재미없어서 안 올 거라는 나의 생각은 모두 착각이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놀이 기구도 없고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방과 트램펄린 그리고 낚시 놀잇감도 없는 곳, 진작 당근 중고 거래로 보내버린 미끄럼틀과 정리해 버린 볼풀공 그리고 작은 그물 정글짐이 대신하는 곳, 남편마저도 아이가 즐거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한 곳, 나 역시 괜히 왔나 보다 싶었던 곳, 바로 이 놀이 공간을 아이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결혼 후 나는 늘 친한 지인들이 결혼할 때면 '오롯이 너와 배우자가 추구하는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며 축하해 줬다. '세상의 기준으로 타인의 기준으로 이래야 행복한 거지'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랐고 나 또한 남편과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놓고 정작 아이한테는 내가 생각하는 행복만 주려고 애썼으니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그래서 육아가 어렵다고 하나보다. 참 어렵다.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는 '우리 oo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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