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면 좋겠다

by 코코 COCO

아이가 우리 가정에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태어나고 자라나는 매 순간 무의식적으로 가지는 기대가 하나 있다.


'oo이가 행복하면 좋겠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원숭이와 코끼리가 보고 싶다고 외쳐대는 아이를 데리고 즉흥적으로 동물원에 다녀왔다. 사실 몇 주 전에도 갔었다. 그런데 아이가 보고 싶어 했던 원숭이와 코끼리를 관리 등의 이유로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하루 이틀이면 아이가 잊어버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남편과 함께 주말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난히 아이가 보챘다. 놀이터에 가자, 도서관에 가자 등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평소와는 달리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좋아하는 간식도 마다했다. 길 한복판에서 아이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살짝 부아가 치밀기 시작하던 나는 본능적으로 마음의 비상벨을 작동하려던 바로 그 순간, 아이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인정했다. 내가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원숭이와 코끼리가 만나고 싶다고 보채던 oo의 눈동자에서 평소 떼를 쓰던 때와는 달리 간절히 원하고 있는 아이의 진심을 발견했다. 몇 초밖에 되지 않았던 짧은 순간, 나는 결심했다.


'까지것, 한 번 가보자.'


뚜벅이 엄마와 아직은 대중교통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의 하원길 투어는 집 주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아니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선택은 신중하지만 한 번 결정한 사항에 대한 추진력만큼은 누구보다 빠른 나, 바로 택시 어플을 켰다.


"oo아 엄마랑 같이 원숭이랑 코끼리 만나러 가자.'


그때 아이가 내게 보인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울상이었던 아이의 얼굴에서 환한 빛이 감돌고 택시를 기다리면서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며 들뜬 기분을 맘껏 표현하던 아이의 얼굴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과 마음이 이렇게 전달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이런 내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특하셨는지 손주가 5명이라는 택시 기사님을 만났다. 아이는 감정에 솔직하고 싶었는지 스스로가 느끼는 기쁨을 풍부한 성량으로 표현해 냈다. 조용해야 한다고 여러 번 일러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그런 아이에게 택시 기사님은 과자를 손에 쥐어 주시며 동물원에 잘 다녀오라고 웃으며 인사해 주셨다(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이는 원숭이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끝맺고 싶었데 상황은 늘 내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그날, 아이는 원숭이를 만났지만 코끼리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슬 아이스크림으로 속상해하는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줬지만 코끼리의 못 만난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아쉬움이 배로 커져버렸다.


그래도 아이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나 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이가 동물원에 다녀왔다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하셨다. 그것도 며칠 동안 몇 번씩이나. 그리고 동물원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고 하셨다.


분명하게 기억한다. 하원 후의 간절하고 진심으로 기뻐했던 그 눈빛을, 동물원 입구에서 입가에 끊이지 않았던 그 웃음, 구슬 아이스크림 음미하며 행복해하던 아이의 얼굴 이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에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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