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검증하는 과정의 반복
나에게 쇼핑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짧은 시간에 끝날 일이 아닌 여러 번의 숨 고르기를 거친 후 결제 카드를 내민다는 뜻이다. 분명히 생생한 눈망울로 나와 함께 옷을 사기 위해 시내를 나갔던 동생의 얼굴에서 초점 잃은 눈동자를 발견하고 난 후로는 혼자서 쇼핑하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화장품의 성분들을 분석해 주고 솔직한 사용 후기로 가득한 화장품 앱을 발견한 후로는 늘 구입하기 전에 화장품 앱을 켜고 성분들을 꼼꼼히 확인한다. 주의해야 할 물질들이나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다면 그 화장품은 아무리 리뷰 평점이 좋아도 나의 구매 목록에서는 삭제된다. 이런 나의 쇼핑 방법을 지켜보던 동생은 어느 순간부터 화장품을 사기 전 나에게 성분이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엄마가 가족 단체 메신저에 뜬끔없이 도라지청 제품 2개를 올리시더니 나에게 대뜸 뭐가 더 좋은 거냐고 여쭤보셨다. 알고 보니 엄마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두 제품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가격 차이가 있어서 함께 사는 동생에게 물어봤더니 엄마 말씀을 듣자마자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이럴 땐 가장 좋은 방법이 있어. 자 봐봐."
그러면서 엄마 핸드폰으로 가족 단체 메신저에 제품 링크를 올렸던 것이다. 어리둥절하던 엄마는 동생의 설명을 듣고 배꼽 잡고 웃으셨다고 했다. 나는 나를 믿고 물어봐줬으니 성심성의껏 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두 제품에 대한 차이점을 적당한 선에서 구체적으로 전달드렸다. 엄마와 동생이 꼼꼼히 읽어보셨을지, 결론만 보고 바로 결제 버튼을 누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알 수 없는 만족감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식품을 고를 때에는 영양성분표를 보고 애용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구입한다. 처음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와 내 나름대로 정한 조건들에 충족 여부를 따져본다. 처음만 복잡할 뿐 그 후로는 그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구입 과정이 수월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 주기도 한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그다지 원하지 않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 그저 한 번씩 머릿속으로 인플루언서가 된 나를 상상해 볼 뿐이다.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머리 아프게 해야 할까도 싶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구입해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즉각적으로 올라오는 의심과 비판의 소리가 마음속에서 떽떽거리니 도통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결국 '에잇' 하면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버린다. 힘은 좀 들지만 마음은 편안해지니 타고난 기질은 어디다 버릴 수가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이번 주에는 선크림을 구입하려고 큰맘 먹고 여러 선크림들의 성분을 비교해 보았다. 기존에 정말 마음에 들었던 선크림이 있었는데 갑자기 가격이 허무맹랑할 정도로 올라 새로운 선크림을 찾아야만 했다. 해당 브랜드의 다른 선크림은 기존 가격으로 판매 중인데 왜 하필 내가 콕 집은 선크림만 가격이 뻥튀기처럼 튀어 오른 건지 모르겠다. 답답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벌써부터 아열대의 조짐이 보이는 날씨 속에서도 어김없이 하원 후 놀이터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붙잡고 집으로 올 수 없기에 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선크림을 찾아야만 했다.
숱한 선크림들 중 적정 가격대의 제품들만 추린 후 용량 대비 가성비 좋은 제품들을 골라냈다. 그리고 하나씩 화장품앱에서 검색을 해 나갔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내 조건에 부합한 제품은 총 4가지가 나왔다. 커버, 톤업, 칙칙함 개선, 모공 개선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제품들이었다.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얼굴에 발랐을 때 마음에 드는 제품과 햇빛에 드러난 팔다리에 맘껏 바를 제품을 골라 올여름을 이겨낼 생각이다.
나의 쇼핑 방법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매를 후회한 경우가 거의 없었고 꾸준히 사용하게 되므로 일상생활과 다른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들을 발굴해 봐야겠다. 혹시나 나와 같은 방법으로 쇼핑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응원해 드리겠다.
"힘내세요! 분명 좋은 날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