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을 잘하는 방법

끊임없이 고치며 나아가는 부모의 길

by 코코 COCO

최근 아이와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기대감에 들뜬 아이는 묻지도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엄마 아빠와 모래놀이를 하러, 조개를 잡으러 간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이가 '여행'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엄마 아빠와 함께 무언가를 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아이를 기쁘게 했던 것 같다.


중간에 비가 와서 조개를 많이 캐지 못했고 모래놀이 시간도 짧게 끝났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하던 여행이었다. 사건은 마지막날 아침 짐을 정리하고 퇴실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11시까지 방 안을 비워야 하는데 사소한 주방도구까지 모두 챙겨 와야 했던 숙소인 만큼 챙겨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남편은 밖에서 큼직하고 무거운 짐들을 정리했고 나는 아이를 먼저 챙긴 후(옷 갈아입히기, 양치질시키기 등) 방 안 물품들과 개인물품들을 챙겨야 했다.


"OO야, 양치질하자."

"엄마, 안아줘."


처음에는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엄마가 이제 방 안을 정리해야 해. 이제 이곳에서 나가야 하거든.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하니까 이제 얼른 이 닦자."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안아줘"


분명 유튜브를 볼 때까지만 해도 생기발랄하더니 양치질을 하자는 순간부터 안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보자 점점 마음속에 비상불이 켜지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곧 내 감정이 '화'로 바뀐다는 알람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온 곳이니 만큼 마지막까지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큰소리를 냈고 아이는 울고불고 한참 떼쓰다가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산책이라도 하고 나가랬더니 원대한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어난 2차전, 안전벨트가 갑자기 불편하다며 떼쓰는 아이와 안전을 위해 안된다고 하는 나 사이에서 울음소리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노래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남편과 나는 마음을 다잡고 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20여분이 지나서야 진정된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잠이 들었다.


즐거웠던 여행을 이렇게 훈육과 화로 마무리를 하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잠이 든 아이를 보니 짠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냥 아이의 요구를 받아주는 건 나도 남편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오은영 박사님이 분명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 꼴을 견디며 아이에게 사랑으로 훈육하랬는데 그 꼴을 견디지 못해 매번 큰소리로 아이를 다그치고 만다.

아이가 내 뱃속에 찾아왔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유아 서적을 찾아 읽고 유아 관련 사이트나 앱을 깔아 육아 정보를 검색했다. 주변 아이를 키우는 분들의 조언과 육아 이야기에도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다. 나는 준비된 엄마라 자신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첫날, 내가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임신 때보다 더 많은 책을 탐독하고 자료를 찾고 아이를 키우는 분들의 조언을 온오프라인으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성장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인플루언서 부모들은 아이 양육은 물론, 음식과 교육, 패션 등 다방면에서 완벽하게 해내고 있고 그걸 또 영상으로 찍고 편집해서 올리는데 그것조차 안 하는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엄마로서의 자질이 없나?,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가? 상담을 받아봐야 할까?, 아이의 감정도 상해 나중에 문제가 되면 어쩌지? 내면아이 상처로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서 어릴 때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게 할 순 없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해낼 수 있을까? 지금도 이렇게 헤매는 걸.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답답함과 화가 훈육과 뒤섞일 때면 내 모습이 정말 꼴 보기가 싫었다. 가장 사랑해줘야 할 존재에겐 눈을 부라리며 큰소리를 내면서 먼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나란 사람이 가끔은 경멸스러웠다. 가뜩이나 경력이 단절인 상태에서 이런 마음까지 가지니 괴로웠다.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다독임에 힘을 얻었지만 가끔 훅 들어오는 조언으로 포장된 례한 말로 상처받기 일쑤였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같은 일상의 반복에 난 그만 쳐버렸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각자의 쉼을 주고자 갔던 여행이었는데 결국 또 큰소리로 다시 다람쥐 쳇바퀴 안으로 돌아오다니.


그래도 나는 다음날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자칭 북러버인 내게는 책이 위안이자 해결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게 있을 때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 눈에 들어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작은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내 예상대로 지금 나와 남편에게 딱 맞는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자리에 앉아 집중하며 읽었다.


훈육도 필요하지만 내가 이번에 '또' 놓쳤던 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어른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는 점이었다. '그저 내게 안겨서 잠시 안정을 취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재촉하며 양치질을 하자고 하고 안 안아주는 나를 보며 불안 심리가 생겼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여행'의 개념도 '숙소'의 개념도 잘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퇴실 시간'이 이해됐을 리가 있나. 결론적으론 내가 마음이 급해 아이를 재촉하다가 우는 아이를 보고 '떼쓴다'라고 판단하고 훈육이랍시고 혼을 낸 꼴이었다.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 좀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면, 아니 저녁에 나갈 채비를 어느 정도 했더라면 아이를 안아줄 시간이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이에게 짐을 챙기는 준비를 게임에 빗대어하자고 제안했다면 스스로 해내는 기쁨을 아는 아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잘못된 방법이었지만 나의 훈육 방법을 점검하고 개선하고자 애쓴 나에게 더 이상 질책하며 괴로워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와 더 대화하며 아이가 나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나의 훈육 방법을 고쳐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아이와 나를 위한 길임을 믿는다.


"엄마가 우리 OO는 어떤 사람이라고 했지?"

"소중한 사람"

"엄마, 아빠한테 OO는 어떤 존재라고 했지?"

"최고의 보물"

"맞아, 그래서 엄마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책(아이는 내가 책을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을 준다고 해도 절대 OO랑 바꾸지 않을 거야. 엄마는 책 보다 OO이를 제일 사랑해."


'나는 엄마를 사랑해~', 7 공주의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음에 맞춰서 하원길에 노래를 불러 준 아이,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마음을 맞대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음날이면 또 다른 고민이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에게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다시 또 부딧치고 일어나며 수정해 나가는 '부모'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 울며 때로는 큰 소리로 악을 쓰며 떼쓰는 아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남편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한다. 부족한 부모를 열렬히 믿고 사랑하고 있기에 나와 내 남편은 그 기대에 부흥하는 부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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