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

생각이 많아진 요즘

by 코코 COCO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보이는 얼굴의 변화를 매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얼핏 얼핏 보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얼굴 여기저기서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노화된 부위를 홍보해 주는 것 같다. 나름대로 기초 케어를 열심히 해온 것 같은데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나 보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니 간혹 내 나이가 몇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제는 뒷자리의 숫자가 앞자리의 숫자보다 큰 의미 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대 시절, 이해할 수 없었던 30대 선배들의 나이 듦에 대한 하소연이 이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충 머리를 질끈 묶고 맨얼굴로 편안한 트레이닝 차림으로 지나가던 고등학생 친구들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요즘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전 세계 여성 댄서팀들이 모여 경쟁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보며 당당하고 멋진 각국 댄서들의 모습에 '언니'라고 외치고 싶지만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나보다 어린 댄서들이라는 사실에 가벼운 충격을 얻기도 했다.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댄서는 내 동생보다도 1살 어리다. 나도 모르게 '언니'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면 여전히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내 동생의 얼굴이 댄서의 얼굴과 겹치면서 퍼뜩 놀란 나의 입은 득한 떡을 입 안에 가득 문 것처럼 혼란에 빠져버린다.


일을 하는 중이었다면 나이 듦에 대해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여졌을까? 쌓여가는 경력과 실력과 연봉 숫자가 위안이 될까?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점점 약해지는 체력과 예전처럼 밤을 새우며 몰입할 수 없을 모습에 속상한 마음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져 버렸다. 가뜩이나 경력 단절로 속상한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더 속상해하기 싫었다. 이럴 땐 '에잇' 하면서 생각 연결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솔직히 아직 나는 나이 듦이 낯설고 간혹 서글프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나이를 먹는다. 타고난 동안 외모, 의술과 화장품의 힘, 얼굴 마사지, 운동, 패션 등으로 외적으로 좀 더 어려 보이게 할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예전처럼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느낌을 받으며 빠르게 달리지도 못할 것이고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모두 내 의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니 그 과정을 이왕이면 즐기며 받아들이고 싶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고 동반자이고 엄마이고 친구이다. 나를 아껴주는 분들의 마음은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는 감사한 확신도 있다. 나이 듦, 노화는 인간을 넘어서 지구에 사는 생명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나와 나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이 생생하게 숨을 내쉬며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음에 기뻐하려 한다. 그렇게 나이 듦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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