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내가 만드는 행복

by 코코 COCO

어느 날 '내가 요즘 행복하지 않나?'라는 걱정이 기어이 불쑥 튀어 올라버렸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비슷한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그 속에서 어려움과 역경을 겪으며 성취감을 느꼈고 나 혼자만의 만족과 뿌듯함이 하루하루를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업주부의 삶은 3여 년이나 하고 있음에도 늘 제자리에 서서 먼 산만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된 '나를 알기'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상담 문항을 표기한 후 나를 분석한 결과를 책으로 받은 적이 있었다. 읽어보니 나는 생각 이상으로 '성취감'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즉 그것이 나의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는 그 어떤 '성취감'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 누군가에게는 그저 집에서 쉬며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사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보는 의미의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늘 좋지 않았다.


'경제력'의 상실도 생각보다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내 어깨를 펴게 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손에 쥐어진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경력 단절의 주부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와 안쓰러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타인을 의식하는 일도 많아졌다. '저는 전업주부라 돈을 벌진 않지만 집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를 좀 봐주세요. 저의 노력을 알아봐 주세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입 밖으로 빼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만 뱅글뱅글 맴돌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참 싫었다. 집에서 편히 쉬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이 등원 시키느라 고생 많았다며 푹 쉬라는 남편의 말이 머리로는 그 의미를 이해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정신없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찾아오는 적막감 속에서 매일매일 부정적인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키워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뭐라 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 이야기를 들어버린 것 마냥 속상하고 괴로웠다. 울분을 토하고 스스로 그런 나를 다시 다독이는 과정은 점점 더 나를 지치게 했다. 그런 나를 몇몇 사람들이 위로의 문장을 건넸다.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이러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였지만 지자체에서 해주는 상담 서비스를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다시 행복하려고 애쓸 수 있게 되었다(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가정을 꾸리며 다짐했던 '소확행의 삶'으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한 건 오늘 하루도 아이가 무탈하게 내 품에서 잠이 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말이면 남편과 아이와 함께 소소한 시간을 보내고 들어와 아늑한 집에서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는 '건강의 악화'로부터 벗어나 주기적인 검사와 관리를 통해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 검진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수술을 해야 했던 나로서는 결과를 기다리면서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의 시간을 통해 '내려놓음'의 의미를 몸소 깨닫게 해 주었는데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그 깨달음을 잠시 잊어버렸던 것 같다.


물론 안다. 이렇게 다짐을 해놓고도 걱정의 마음이 다시 튀어나올 것임을. 하지만 이것도 안다. 행복의 주체는 타인이 아닌 나임을. 그러므로 다시 내가 그 상황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음을. 세상에서 요구하는 행복의 조건들을 완벽하게 맞출 필요가 없다.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만드는 행복, 내가 만족하는 행복이면 충분하다, 아니 절대적으로 완벽하다.


고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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