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귀걸이 구입기

돌고 돌았던 여정을 끝내다

by 코코 COCO

요즘 방영 중인 프로그램에서 전혀 나와 연관성 없는 프로그램 하나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바람에 매주 화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댄스 크루팀들이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출연 중인 댄서 한 명이 내 눈길을 사로잡아 방송까지 보게 만 것이다.


춤에 대한 지식도 실력(마음과 몸이 따로 놀아 일찌감치 포기했다)도 없었지만 꾸준히 시청 중이다. 춤에 대한 그들의 마음 가짐 때문이었다. 진심으로 춤을 사랑하고 전심을 다해 춤을 추는 댄서들의 모습이 멋있었다. 다소 직설적인 말도 오가지만 경연이 끝나면 서로 격려와 칭찬의 말을 나누고 존경의 의미를 담은 제스처를 보이는 등 훈훈한 모습도 보여준다. 아무래도 경쟁 프로그램만이 지닌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편집의 일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댄서들의 패션들을 엿보는 재미 때문이다. 과감하면서도 자기만의 색을 담아 스타일링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건 다름 아닌 '링 귀걸이'였다. 한 때 나 역시도 간편하게 착용하면서도 멋스러운 자태에 빠져 애용했던 귀걸이 었다. 그런데 다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링 귀걸이'를 하고 싶어졌다. 평소 주관이 뚜렷하고 확고한 편이라 유행이나 새로운 물건에 마음을 확 쏟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댄서들의 착용한 가지각색의 '링 귀걸이'들이 그들의 귓불에서 흔들거릴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버렸다.

그렇게 '링 귀걸이' 구입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링 귀걸이'들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와닿는 제품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평소 예쁜 것보다 독특함을 더 중요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댄서의 귀걸이 형태를 찾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소위 '덕질'이란 것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이런 내가 웃겼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찾은 작은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았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한 나는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며 집 근처 액세서리 판매점으로 찾아갔다. 때마침 점포 이전으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찾아보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었고 색깔도 내가 원하는 은색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이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은 딱 500원 동전만 한 크기가, 하필이면 딱 그 크기만 없었다. 큰맘 먹고 온 거였는데. 차선책으로 좀 더 작은 걸 살까 싶었지만 내 무의식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드시 500원짜리 크기여야만 했다.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여러 가능성, 가성비 등을 고려한 끝에) 나는 엄청난 결심을 해버렸다.


"시내로 나가자."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약 1시간이 걸리는 곳을 '링 귀걸이' 하나 사러 나간다니. 심지어 폭염주의보 안전 문자가 매일매일 오는 이 와중에.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참 껄끄러운 사실이었지만 정말로 나는 내가 원하는 완벽한 크기와 모양과 색깔의 '링 귀걸이'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전 '피어싱'을 구입했던 곳을 기억을 더듬어 방문하게 되었다.


"찾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다양한 '링 귀걸이' 사이에서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링 귀걸이'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애쓴 보람이 있었다. 정말 기뻤다. 원했던 디자인과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여러 번 얼굴에 근접하게 대보며 어울리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의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링 귀걸이'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인가 싶겠지만 꼼꼼히 따져야 후회 없이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다는 신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용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남편도 아이도 그 누구도 나의 작은 변화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 스스로 만족감을 듬뿍 느끼면 주말을 보냈다. 그런데 일요일 밤, 씻기 위해 귀걸이를 빼다가 눈에 뭔가 확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은색 코팅이 벗겨져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은으로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워서 액세서리로 고른 거였는데 변질 없는 '써지컬'로 구입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5일도 채 되지 않은 건데.


'링 귀걸이'를 구입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나의 시간과 애씀이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어버린 상황, 난감하고 속상했다. 하지만 써지컬이 아닌 이상 맨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링 귀걸이'가 반짝반짝 빛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써지컬 재질의 제품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로 내가 원하는 형태와 크기 그리고 색깔을 지닌 '써지컬' 제품의 '링 귀걸이'를 발견해 냈다. '써지컬'이라는 단어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이야.


예쁘게 포장된 봉투를 벗기니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링 귀걸이' 한 쌍이 드러났다. 크기, 색은 물론이고 디자인마저 완벽하게 내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드디어 내가 원했던 '링 귀걸이'를 손에 얻은 것이다. 고가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 어떤 명품보다도 최고의 귀걸이였다. 착용한 지 일주일 채 되진 않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링 귀걸이'에 눈이 가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의 소소한 행복이 오늘도 내 두 귓불에서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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