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나는 주전 농구 선수였다. 코트 위를 달리며 동료들과 승리를 만들어가는 순간들은 나의 열정과 자신감을 키웠다. 그러나 대학 진학 후, 나는 벤치에 앉게 되었다. 언제 출전 기회가 올지 모른 채, 묵묵히 훈련에 임하는 후보의 입장에서 농구를 바라보는 시간은 내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주전과 후보를 모두 경험한 나는, 선수로서 느꼈던 감정의 폭만큼 더 깊이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선수’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소년 농구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농구의 ‘재미’를 가르쳤고, 성인 생활체육에서는 운동을 통한 ‘삶의 균형’을 전했다. 남자 2부 휠체어농구와 여자 휠체어농구 팀을 거쳐, 현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휠체어농구팀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각기 다른 연령과 배경, 신체적 조건을 가진 선수들을 만나며 나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현장에서 나는 다양한 지도법을 배웠고, 시행착오 끝에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예를 들어, 휠체어농구 선수들은 손의 감각과 팔의 힘, 휠 제어 능력에 따라 맞춤형 훈련이 필요하다. 단순한 피지컬 훈련만으로는 이들을 성장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선수의 마음을 듣고, 생활과 리듬을 이해하며 지도해왔다.
실제로 한국체육학회지(2021)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지도자의 감정 지능과 공감 능력은 선수의 몰입도와 자기 효능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 이는 지도자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선수의 ‘심리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스포츠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정용철, 2020, 민음사)에 따르면, 장애인 스포츠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단지 경기력 향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전환시켜 주는 존재’로 강조된다. 내가 만난 휠체어농구 선수들은 매일 한계를 넘었고, 나는 그 곁에서 작은 불꽃을 지피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돌아보면, 나는 단순한 한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선수와 후보, 비장애인과 장애인,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얻었다.
–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지도하는 힘
– 선수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는 능력
– 기술과 인성을 함께 성장시키는 시선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다름’이고, 그 다름은 지도자로서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지도자의 자격을 자격증에서 찾는다. 누군가는 경험 없는 자신감을 앞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경험은, 사람을 가르치고 마음을 깊게 한다. 그리고 그 깊이는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내가 만난 모든 현장은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도 나는 그 안에서 배우고 있다.
지도자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수많은 경험이 나를 만들었고, 그 경험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빛나게 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