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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은 의지를 이긴다

by 최용윤



장애인 스포츠는 종종 감동으로 기억된다. 휠체어농구도 예외는 아니다. 휠체어를 탄 채 코트를 질주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이 감동의 이면에는 치열한 전략 싸움이 있다. 휠체어농구는 단순히 노력이나 투지로만 이뤄지는 경기가 아니다. 공간을 읽고, 수비를 예측하며, 움직임 하나하나에 목적이 담긴 정교한 스포츠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일본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은메달을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은 전통적인 강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승에 오르기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최상위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경기에서 일본 선수들은 빠른 수비 전환, 스크린과 컷인을 이용한 공간 창출, 그리고 정교한 패턴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평균 신장이 낮은 불리함도 전략으로 극복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 뒤에는 영상 분석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일본 대표팀은 2016년부터 민간 데이터 분석 회사와 협력하여 경기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술적 개선을 거듭해왔다. NHK World는 이 성과를 두고 “기술이 아니라 정보가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은 경기 중 특정 시간대에 상대 수비의 약점이 드러나는 패턴을 찾아내고, 후속 경기에서 이를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현대 휠체어농구에서 영상 분석은 단순한 복습의 도구가 아니다. ‘허더(Hudl)’나 ‘다트피시(Dartfish)’ 같은 전문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선수들의 휠체어 방향, 속도, 수비 위치, 패스 타이밍 등 수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경기 전체를 수치화하고 시각화해, 감독과 코치가 보다 정밀하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수들에게도 영상 분석은 큰 자산이다. 경기 중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슛 선택이나, 수비 위치의 실수를 객관적인 화면을 통해 인식하게 되면서 자기 피드백 능력이 향상된다. 이는 단순한 반복 훈련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학습 효과를 제공한다. 일본의 스포츠 과학자 다케다 켄지는 “감각의 시대에서 데이터의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영상 분석은 감독의 두 번째 눈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직관보다 분석이 먼저 움직이는 시대”라고도 덧붙였다.


휠체어농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스포츠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전략이 승부를 결정짓는 고도화된 경기라는 사실도 함께 인식되어야 한다. 일본 대표팀은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감동은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는 결국 전략이 결정한다.


전술은 의지보다 먼저 움직이고, 영상은 그 전략을 명확하게 만든다. 그것이 지금 휠체어농구가 전 세계에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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