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는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이다.
그 안에는 도전과 극복, 눈물과 웃음,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저 이겨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남자 1부 팀은 운동을 직업으로 삼아 최고 수준을 향해 달리지만, 2부 팀 선수들은 생업과 훈련을 병행하여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들의 저녁 훈련장 입구에는 피로한 어깨가 보이지만, 코트에 서는 순간 눈빛은 누구보다 반짝인다. 여자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이어간다. 그리고 비장애인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와 배려, 때로는 갈등과 눈물이 얽혀 있다.
나 역시 지도자로서 그 복잡함을 외면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다.
여자 휠체어농구 팀을 지도하던 날, 나는 무심코 뛰어난 선수에게만 더 많은 지도를 했다. 그 순간, 한 선수가 조용히 휠체어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등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저는 팀의 일부가 아닌 건가요?”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곧장 훈련을 바꿨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각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그리고 선수들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하지만 그 길은 누구 한 사람의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다. 그 과정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지만, 그 희생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고마워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한 팀이 될 수 있다.”
남자 2부 팀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찾아왔다.
주전 선수에 집중할수록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졌다. “나는 그냥 서브일 뿐.” 그렇게 스스로를 평가 내린 순간, 팀은 보이지 않게 무너지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주전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
벤치 멤버의 불안한 출전. 이어지는 실수. 경기 후 라커룸은 침묵으로 무거웠다. 하지만 가장 무거운 건 내 마음이었다.
“준비되지 않게 만든 건 나였다.”
그 후 나는 모든 선수를 주전처럼 대했다. “언제든지 당신이 주인공이 될 순간이 온다.” 그 한마디가 선수들의 눈빛을 바꿨다. 실력이 조금 부족한 선수도, 몸이 무거운 날에도 그들은 준비했고, 스스로 팀의 한 조각임을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팀은 숫자가 아니다.
팀은 이름이 아니다.
팀은 믿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
내가 희생할 때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아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꽃피는 기적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
승리는 누구 덕분에 오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할 때,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우승은 시작된다. 나는 이제 안다.
코트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공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네 덕분이야”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이라는 것을.
가장 빛나는 우승컵은 결국 모두의 이해와 희생, 그리고 따뜻한 존중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가치는 코트 밖 인생에서도 영원히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