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와 예식장만 결정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5
결혼식 날짜를 잡고 모든 걸 빠르게 잘 끝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 휴식 좀 하다가 결혼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식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결혼식 날짜 외에도 세세하게 선택하고 결정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신랑 예복, 예물, 웨딩 스냅 촬영, 혼주 의상 및 헤어 메이크업 등
신혼여행은 급하지도 않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니까 자유 여행으로 계획해서 천천히 가면 되기 때문에 신경이 크게 쓰이지 않는다. 예산이 준비되는 대로 여유를 갖고 가면 된다.
이렇게 결혼 준비에 중요한 양대산맥인 신혼여행이 결혼 준비에서 제외되었는데도 자잘하게 신경 쓸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각각의 준비 항목에 대한 어떠한 기준(내가 준비하는 것인지 시댁이나 친정에서 각자 준비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더욱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사람들마다 비용 부담이나 어느 선까지를 해야 하는지 말이 다 달랐고, 우리 시댁과 친정은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다 보니, 당사자는 둘인데,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건건이 기준을 세워서 예산을 고려하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었다.
결혼은 평소 관심도 많지 않고 잘 몰랐던 분야여서 우유부단하면서 선택 장애가 있는 나에게 얼마나 버겁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다 보면 끝나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필요한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신랑 예복은 플래너님이 두 업체를 알려주었다.
내 남자친구에게 두 업체 중 선택권을 주었더니, 한 곳을 결정했다.
예물은 남자친구한테 알아서 준비하라고 하고, 웨딩 스냅 촬영도 원래는 안 하거나 가장 저렴한 곳에서 하려고 했는데, 스냅 촬영 업체 리스트를 웨딩 플래너님이 챙겨서 보내주었다.
스냅 업체 리스트에서 각각의 포트폴리오 검색을 하다 보니, 본식 스냅사진의 스타일과 색감이 다 달랐다.
그래서 최종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스냅 업체를 골랐는데 생각보다 예산보다 높은 금액...
역시 퀄리티는 금액과 비례하는 건가.
결혼식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든다는 걸 매 순간 느낀다.
결혼식을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친구에게 비용을 부담하라고 말을 못 하겠어서 생각보다 지출이 크고 버거울 때마다 괜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면 결혼생활에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혼주 의상은 시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혼주드레스 대여를 알아봤는데, 개인적으로 알아볼 땐 두 업체가 가장 유명한 것 같았다.(두 업체 밖에 검색이 안되긴 함.)
하지만 혹시 몰라서 예복을 결정하고 나면, 플래너님께 혼주드레스 업체도 물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주 헤어와 메이크업도 우리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같은 곳으로 할지 다른 곳에서 할지도 선택해야 하고, 예물도 준비해야 한다.
예물은 남자친구에게 맡기기로 했지만 신경이 쓰인다. 사실 까만색 결혼반지를 끼면 뭔가 힙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친정어머니가 그걸 들으시더니 무슨 결혼식 반지로 검은색이냐며, 복 없다고 하시는 소리에 다시 어떤 반지가 좋을지 생각 중이다. 반지 외의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가 막막해서 결혼한 친구들에게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물어보고 도움도 청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친구들마다 결혼식을 준비한 지역이 다르고 예산도 달라서 결국 혼자( 아니, 웨딩 플래너님이랑) 모든 걸 준비하게 된다.
이게 맡나 싶다가도 그냥 하면 되겠지, 하면서 마음대로 준비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 있다.
막막했던 결혼날짜가 잡혔으니, 그냥 다 됐다고 생각하고 부담 갖지 않기로 했다.
결혼 준비의 반은 끝낸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