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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국 Jan 11. 2024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결혼'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복한 결혼 '생활'이 중요해 12

결혼식에 필요한 굵직한 일들이 끝났다.

예식장 및 예식 날짜, 스드메 결정, 남자친구 예복, 스튜디오 촬영, 다양한 상황과 관점에서의 싸움...;;;


남은 것들이 무엇인가 정리해 보면,  

혼주드레스나 한복, 본식 후 예복, 모바일 청첩장(종이 청첩장은 안 할 예정이다.), 신혼여행 (자유여행으로 미리 예약은 필요할 것 같다.), 내 드레스 결정, 스냅 업체 선택 등이다.

스몰웨딩으로 결정했고, 최대한 과정을 간단하게 하는 편인데도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이렇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던 두 사람이 함께 모든 걸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다 보니 싸움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주변에는 싸우지 않고도 원활하게 준비와 결정을 잘해가는 커플들도 보인다. 개인차가 있고, 서로를 배려하는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결혼식 준비 중에는 싸운 적이 없으나 결혼 후에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고.

커플 관계에 있어서 경우의 수는 정말 여러 가지인 것 같다.


핵심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실, 어떤 형식적인 절차일 수 있는 결혼'식'보다는 결혼'생활'에 중점을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일생에 한 번 뿐이면 좋고, 한 번만 하는 경우가 아직은 다수인 세상에서 결혼'식'은 그 횟수에 있어서는 중요한 의식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결혼'생활'을 잘하자는 다짐과 내, 외부적으로 관계 유지에 대한 약속을 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면에서 보면, 사실 매 순간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며, 나아가서는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게 아닐까?


브런치에 쓴 글에도, 지인들에게 말할 때도,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을 많이 토로해 왔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느껴지는 불만과 무력감을 주변에 털어놓지 않으면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것 같기도 했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꾸 나의 감정을 표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감정을 해소하는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반대로, 상황은 악화되고 관계에는 더 안 좋은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결혼식을 앞두고 있으나, 얼굴에서 점점 빛이 나고 행복해 보이는 사촌동생이 어느 날 지나가듯 말했다.

"언니, 나는 두 경우를 봤어. 한 여자는 나에게 남편에 대한 불만만 항상 말했고, 다른 여자는 남편에 대한 칭찬만 말하더라고. 분명히 둘 다 남편과 맞지 않고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불만만 말하는 여자는 더욱 관계가 악화되어 가는 게 보이고 그게 아이들한테도 부정적으로 영향이 가더라고. 근데, 칭찬만 하는 여자의 가정은 뭔가 더 안정되어 보이고 아이들도 편안해 보이는 걸 보고 나는 후자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

이 말을 듣고, 그동안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나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커플이든 서로의 차이점이나 불만의 양이 나랑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고, 나만 괴로운 줄 알았다. 그러한 부정적 관점을 바꾸는 건 나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할 생각을 안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촌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상황이라도 그걸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의 내 생각과 행동에도 분명히 큰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준비하고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생긴 많은 싸움을 해결하면서 연마(?)한 몇 가지 스킬이 있어서 적어보려 한다. 


1. 원하는 건 좋은 말로 시간차를 두고 계속 반복하기(뇌새김)

여기에서 중요한 건 급하게 결과물을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공부를 하다가 잃어버리면 반복적으로 다시 보고 읽고 하면서 기억을 할 수 있듯이, 부정적인 감정(서운함, 분노, 경멸 등)을 넣지 않고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반복해서 표현한다. 그것도 기분 좋게.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결혼식은 하기 싫어했다는 걸 알지만, 나는 감동적인 프러포즈는 받고 싶다.

그러면 원하는 프러포즈를 구체적으로 스스로 생각해 보고, 그걸 반복해서 남자친구에게 말한다. 

이건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계속 내가 원하는 걸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상대방에게도 반복해서 표현하고 설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뻔뻔하고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거면 내가 나를 위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 상대방에게 그걸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오길 바란다면, 가장 먼저 내가 나를 납득시키고 뻔뻔함까지 감수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인지에 집중해 보고 그걸 실행하는 것이 옳다.

모든 것의 시작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


2. 모든 건 지나가니 상대에게 깊은 상처만 주지 않겠다고 매 순간 다짐하기

사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한창 싸울 때는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남자친구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났던 것 같다. 평소에는 볼 때마다 너무 귀엽다는 생각밖에 안 들지만, 싸울 때는 더 이상 안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거의 매번 했다. 그러다가도 떨어져 있다 보면 많이 보고 싶고 뭐하는지 궁금했다. 이런 감정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 너무 궁금했다. 내 마음이지만 남자친구가 너무 사랑스러울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생각보다 극단적으로 컸다.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니, 나는 상대가 주는 느낌에 굉장히 민감해서 남자친구가 나에게 애정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느껴질 때, 굉장히 서운하고 화를 쉽게 내고 심지어 상대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 우리 집 강아지를 그냥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가끔 미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너무 심하게 계속 짖는다든가(특히나 밥 줬는데 먹을 거 달라고 많이 짖을 때), 대소변 훈련이 잘되어있음에도 자기가 원하는 걸 안 해줬을 때, 일부러 실수를 해버린다든가 할 때이다.(생각보다 거의 없다.) 이렇게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데도 내 마음은 강아지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낄 때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동물인데도 그런 마음이 드니까 사람에겐 오죽할까? 거기다가 내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고 가깝게 느끼는 남자친구라면 그 이상의 기대와 나에게 이렇게 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을까? 근데 더 신기한 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 순간 지나가고 없다. 정말 깨끗하게 없어진다. 

하지만 상대에게 그런 순간에 강렬한 상처를 받으면 그건 정말 오래 남는다. 그 영향도 오래간다. 강아지가 좋은 건 물론 자기만 생각해서 귀찮게는 하지만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과는 다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부정적인 감정도 빠르게 해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강아지에게 느끼는 감정을 남자친구도 나에게 느끼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조금 짜증 나게 할 수는 있지만 큰 상처는 주지 않되, 그 사랑스러움은 유지하기 말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가끔 내가 굉장히 똑똑하고 감정이 있다고 느낄 때, 나는 편협해진다. 

그래서 안 좋은 순간일수록 '상처주지 말기'라도 떠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3. 상대방에게 불만이 생길 때, 그 측근들에게 최대한 잘하면서 물리적인 거리를 상대방이 의도했다는 생각이 들게 자연스럽게 두기

내가 내 의지로 거리를 둔다고 생각하면 상대는 섭섭하고 감정도 상한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의지로 거리를 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상대는 만족스럽게 자신만의 시간 동안 생각도 하면서 여유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그건 내 의지라고 생각하면 나도 만족스럽다.

상대가 물론 이 부분을 눈치챌 수 없게 잘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티가 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연습과 훈련의 문제니까. 시간이 지나가면 그 모두에 대한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가 지방에 있는 시댁에 간다던가 아니면 회식하고 친구들을 만날 때, 거기에 조금의 시간적 여유를 더해서 거리를 둔다. 하루 이틀 남자친구의 일정에 더해서 더 떨어져 있는 거다.

이러면 남자친구만 바라보고 남자친구가 즐거움의 이유 거나 친구가 너무 없고 혼자서 놀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나는 평소 친구도 만나고 싶고 내 친정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고, 남자친구 몰래 다른 뷰티 시술(?)을 받고 싶기도 한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껴뒀던 것들 리스트를 만들어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신나게 한다. 그러고 나면 남자친구도 불만을 스스로 잘 판단해서 나에게 잘하는 경우도 많고, 나도 내 욕구를 여러 방면으로 잘 풀어서 너그러워진다.  

거기에다가 남자친구가 미울 때마다, 시댁 가족들을 더 챙기고 잘했다. 물론 막 거창하게 돈으로 해결하고 하는 것들보단, 외로워하시는 시부모님께 사소한 연락을 더 드린다든가, 작지만 필요한 선물들을 챙겼다. 그게 결국 다 남자친구의 나에 대한 노력으로 돌아왔다. 왜냐면 나는 하고 나서 생색을 내진 않았지만 좀 요란하게 표현하면서 잘하는 편이기에, 상황을 섬세하게 잘 파악하는 남자친구가 알아서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시댁 식구들을 그냥 남자친구 때문에 생긴 인연이라고 생각 안 하고 내 인연으로 생각하면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애정을 가지면 오히려 더 좋다. 그렇게 생각을 자꾸 하다 보니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 시부모님도 우리 가족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4. 스킨십을 자주 하기(특히 뭔가 상대가 마음에 안 들 때 더욱)

남자친구는 냉정한 편이고 감정기복이 있는 편이어서 가끔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도 확고해서 뭔가 재밌거나 하는 게 생기면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참다가 감정이 커지면 말로 섭섭함을 표현하고는 했다. 그러면 더욱 상황이 악화됐다. 남자친구가 점점 내 말을 안 듣기 시작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느낌을 받게 한 것이다. 

이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들고부터는 섭섭하거나 안 좋은 감정이 들 때, 슬쩍 가서 안아달라고 하거나 손을 잡거나 하면서 스킨십을 한다. 감정이 엄청 커지기 전에. 그리고 스킨십이 성의 없거나 하면 성의 있게 해달라고 재요청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내 감정도 조금 풀리고 근본적인 부분은 해결 안 되더라도 감정이 너무 격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좋게 내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건 남자친구를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해결방법이어서 더욱 효과적이다.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거나 다가가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안 하고 상대가 안 해주면 더 화가 나거나 서운했다. 근데 그래서는 남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 자체로 나도 상처를 받게 됐다.

근데, 결국 이건 능력차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더욱 대단하게 느끼게 됐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상대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능력. 그렇게 내 능력이 더 크기 때문에, 서운함도 잘 느끼는 거고, 상대에게 바라는 것들은 결국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렇게 능력이 좋다는 걸 스스로 칭찬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훨씬 나와 남자친구의 관계에도 도움이 됐고, 상대를 잘 따라 하는 내 남자친구에게는 더욱 효과적이었다. 


5. 사소한 것들도 계속 칭찬해 주기(남자친구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정말 사소한 것들이 있다. 상대가 들어오기 전에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주든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주변에 튄 물방울을 깨끗하고 말끔하게 닦는 것, 그리고 상대에게 뜬금없이 애정표현을 하든가 상대를 위해 신발을 돌려서 놓아주는 것들.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연한 것들을 의식적으로 칭찬하면, 칭찬을 하고 받을 때마다 행복해진다. 상대가 그걸 앞으로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칭찬하는 것보단 그냥 상대 덕분에 그 순간에 내가 편하고 좋았기 때문에, 칭찬하는 거다. 상대를 칭찬할 만한 일을 반대로 내가 상대에게 했다면, 나 자신을 마음속으로 칭찬해 줄 수 있다. 오늘 정성 들여서 상대를 위해 요리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상대의 말에 화가 났지만 잘 참았다고 대견하다고 칭찬하고. 내면의 칭찬들이 쌓일 때, 결국엔 그 긍정적인 영향이 다 나에게로 온다. 그리고 더욱 외모도 예뻐지고,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친절해지고, 내면에서 빛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작은 거라도 최대한 나와 상대를 칭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들에 고마워한다. 그게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서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이지만, 정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신기하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싸움의 연속이고 결혼식 준비로 지치고, 직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모든 관계도 끊고 싶었다. 그래서 도저히 괴로워서 못 참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내 괴로움에 압사당하기 전에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를 위와 같이 글로 써보고 하나씩 실천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 굉장히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 

아직도 내 안에 욕망과 습관적인 부정적 생각들은 많다. 그래서 그것들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쉽고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나만의 방법과 원칙들을 만들어서 계속 실천할 것이다. 그러면 내 마음과 관계는 예전과는 달리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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