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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국 Jan 10. 2024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생각보다 즐거웠던 스튜디오 촬영 11

스튜디오 촬영은 그전부터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부담감이 마음에 가득했다.

다이어트 때문인가.


결혼식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처음 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한 번쯤은 해 볼만했고,

그중 스튜디오 촬영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경험 중 하나였다. 

결혼식 준비로 많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내게 숨겨진 성격과 취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했다.


MBTI 극 P에 귀차니즘이 심한 우리 커플에게 딱 맞는 토털서비스로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토털서비스는 촬영용 메이크업과 헤어 및 의상을 모두 촬영날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뭐 어떤 서비스건 장단점은 분명하지만, 결정장애가 있거나, 결혼식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서비스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비 오는 날씨였음에도 편하게 스튜디오 촬영을 마쳤다고 느끼기에 그 장점이 크게 부각됐다.




스튜디오토털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장점>

1. 날씨에 상관없이(야외 촬영이 없는 경우)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2.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나서 스튜디오까지의 동선이 짧고 시간이 절약된다. 

3. 의상을 따로 준비하거나(여성은 드레스 3벌, 남성은 턱시도 1벌이 제공된다.) 헤어메이크업 업체를 알아볼 필요가 없다.

4. 웨딩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들이 시스템화되어 있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에 신경 쓸 것이 거의 없다.

5. 패키지로 진행되어 각종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점>

1. 준비된 의상이나 헤어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2. 각각의 비용에 대한 추산이 어렵다.




내가 선택한 스튜디오토털은 '아우어스튜디오'라는 곳으로, 플래너님이 보내준 스튜디오의 화보를 보고 선택했다. 스튜디오 내부에서 인물 중심의 사진을 찍고, 의상이나 간단한 헤어 변경도 스튜디오에서 바로 헬퍼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행할 수 있었고, 화보의 깔끔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막상 하고 나니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헤어메이크업.

물론 내가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손길이 좋기도 했고, 헤어와 메이크업의 유지력도 좋았지만, 

원하는 스타일을 사진으로 골라서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은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헤어는 원하는 컬이 강하게 나오고 지속력도 좋았지만, 내 두상이나 원하는 모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고, 메이크업은 너무 진하고 피부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게 두꺼웠다. 그렇다고 음영을 잘 넣어준 것도 아니라서 가뜩이나 둥그런 얼굴을 더 둥그렇게 보이게 했다.)

그나마 우리 남자친구를 훈남으로 만들어 준 것에 만족을 했다.(남자친구의 메이크업 피부표현도 별로였다.)

각종 추가금이 드는 옵션(헤어 피스, 피부 에어 픽서)이 있었고, 결국은 모두 안 했지만, '꼭 해야 좋은가'라는 생각에 옵션 결정을 고민하기도 했다. 


나는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다른 예비 신부들에게는 정말 큰 부분일 것이라 생각하기에, 

스튜디오촬영을 토털 서비스로 결정할 때, 스튜디오의 제휴 헤어메이크업 업체를 꼭 고려하고 결정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스튜디오에는 120프로 만족했지만, 헤어메이크업은 만족도가 50프로 정도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스튜디오 방문 전에 꼭 준비해 가야 할 것들을 검색하고 갔는데, 

그중에서 다른 건 준비하지 않아도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1. 헬퍼이모님께 드릴 수고비를 현금+봉투로 준비하는 것! 

특히나 현금을 넣을 봉투도 잊지 말고 준비해야지 현장에서 다른 스태프들 앞에서 그냥 현금을 딱 드리긴 좀 애매하다.

2. 단추나 지퍼로 간단하게 입고 벗기 편한 상의를 입고 가는 것이다.

신랑, 신부 모두 해당되는데, 그래야 메이크업이나 헤어를 망가뜨리지 않고 탈의를 할 수 있다.


그 외의 준비물로는 

3. 간식

4. 보조배터리

5. 슬리퍼

6. 한 입용 간식(약과, 젤리, 떡, 초콜릿 등 이에 끼지 않는 걸로)

7. 물과 빨대

8. 스킨색 속바지

9. 가글

10. 남자의 경우 니플패치

등이 있다. 


나는 1,2,3,7,9번 외에는 필요하지 않았는데, 미리 스튜디오에 필요한 것들을 재확인하고 가는 게 필요했다.

특히나 여성 속옷에 대한 언급들이 많았는데, 아우어스튜디오의 경우 스킨색 속바지를 입고 가는 것 외에는 웨딩 브라가 다 드레스에 맞춰서 준비되어 있었기에, 가슴에 볼륨을 넣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된다. 

보조 배터리도 셀카를 많이 찍는 거 아니면 딱히 필요 없었는데, 나는 핸드폰을 찾기 힘든 곳에 두어서 셀카를 한 장도 못 찍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이동하는 게 좋다.


비도 내렸고, 쌀쌀한 겨울날의 촬영이었고, 또 촬영 전 날 독한 술을 마시고 남자친구와 대판 싸우기까지 해서 우리 커플의 몰골과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런 커플도 있다.)

그래도 서로 촬영 전에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튜디오로 향했다.


동선을 대략 정리하자면 예복점(브링턴) > 헤어메이크업 > 스튜디오(아우어) > 예복점(브링턴) 이 순서였다. 


스튜디오 토털로 해도 남성의 의상은 턱시도 한 벌만 제공되기 때문에, 여성과 맞추려면 두 벌 정도는 따로 준비가 필요한데, 마침 예복을 맞추었던 우리는 예복점에서 촬영 의상 두벌과 신발까지 빌릴 수 있었다.

헤어메이크업 업체에 가기 전, 예복점에 들러 남성 촬영용 의상을 받아서 헤어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가자마자 짐을 보관하고 안내를 받아 메이크업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피부 정돈을 하는 분은 말수가 거의 없이 무뚝뚝하게 스킨케어를 진행했다. 하지만 얼굴이 오래도록 들뜨지 않게 잘해주었다.

전날 밤 잠을 거의 설친 나는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거의 자다시피 했다. 

남자친구는 내 메이크업이 어느 정도 될 때까지 대기를 하다가, 내가 메이크업이 중간 정도 되었을 무렵 들어왔다. 같은 공간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이동해서 헤어를 같이 받았다. 

나는 추가금이 드는 걸 하나도 하지 않아서인지 시간이 남았다.

스튜디오에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 미리 가 있을 수 없다고 안내받아서 헤어메이크업 업체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주차비 5000원도 따로 정산해야 했는데, 여러모로 헤어메이크업 부분은 불만족스럽다.


스튜디오로 향하면서 생각했다. 예복점, 헤어메이크업 장소, 스튜디오가 모두 가까운 거리여서 다행이라고.

결혼식을 준비할 때는 이동할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서, 같은 날 진행하는 것들은 최대한 가까운 업체들로 선택하길 추천하다.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도착하자마자 헬퍼 이모님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서 남자친구의 의상을 다 들어주셨다.

그리고 바로 이사님을 만나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데, 상세한 설명을 듣고 고른 드레스들이 마음에 들었다. 추가금 11만 원을 빼고는... 

디자인과 퀄리티가 좋은 드레스여서 추천을 한 거 같긴 했지만, 추천을 반복해서 받다 보니, 마지못해 추가금이 드는 드레스로 결정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결혼식에 대해 쓴 글을 읽었을 때, '결혼식은 추가금의 축제'라더니 그 말을 실감했다. 

예쁘고 풍성한 느낌의 드레스는 추가금이 있는 고가의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고가의 물방울 반짝이 드레스가 나의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운이 좋게도 촬영을 실장님이 아니라 대표님이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열정과 프로 정신이 가득 느껴지는 촬영이 시작되었다. 헬퍼 이모님은 드레스를 갈아입혀주시거나, 머리를 만져주시는 일을 하시는데, 다 챙겨주시기 때문에 세상 해맑은 어린아이가 된 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사진만 찍으면 로봇이 되는 내가 마음 편하게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포즈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촬영 내내 계속되었다. 표정도 웃어라 이렇게 해라 강요 없이 어떤 기분으로 찍으면 좋을지 정확한 설명을 들으면서 찍어서인지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촬영장을 계속 재밌게 유지해 주고 잘 챙겨주신 이사님도 참 고마웠다.


원하는 콘셉트의 사진을 전날 20장 골라서 보냈는데, 대표님이 더 다양한 포즈와 콘셉트로 찍어주는 정성이 느껴져서 나도 남자친구도 만족스러웠다.


잠깐잠깐 확인할 수 있었던, 촬영된 사진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은 아니었지만, 사진 자체는 참 깔끔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이렇게 기분 전환 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스튜디오 촬영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시간 반 정도의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결혼식을 그렇게 하기 싫더니, 막상 준비해 보니 재밌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나의 취향이나 성격, 모습들을 발견하면서 나 자신이 더욱 확장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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